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차등 성과급, 교원평가제 등의 저지를 위해 10월 말 연가(年暇ㆍ연차휴가) 투쟁을 벌이기로 한 데 대해 학부모 단체와 교원단체들이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은 31일 성명을 내고 "전교조는 (11월) 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연가투쟁을 벌이겠다는 집단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며 "전교조의 연가투쟁 방침은 교육자라면 있을 수 없는 극단적인 행동이며 학생을 한낱 투쟁의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은 "연가투쟁의 명분으로 전교조가 교원평가와 성과급제 반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철밥통을 지키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전교조가 연가투쟁을 강행한다면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상대로 교단 퇴출운동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라이트(신보수) 계열인 서울자유교원조합(자유교조) 최재규 위원장은 "전교조가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연가투쟁을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학생들의 학습권을 크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현장에서는 이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집단 이기주의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최 위원장은 "특히 전교조는 자신들의 집단 행동을 부각시키기 위해 연가투쟁 일정도 수능시험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을 잡았지만 이는 교육자로서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연가투쟁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교총 한재갑 대변인은 "전교조가 교원평가제와 차별 성과급 지급제를 반대하기 위해 연가투쟁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교사들의 연가투쟁이 현실화할 경우에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전교조는 신중히 판단해 연가투쟁 실행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의의 전은자 사무처장은 사견을 전제로 "이전의 연가투쟁이 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않았던 만큼 전교조가 발표한 연가투쟁 방침도 학생들을 볼모로 하는 악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전 사무처장은 "연가투쟁이 실행되더라도 (전교조 소속)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학습권에 피해를 주지 않을 조치를 취해놓을 것으로 믿고 있으며 전교조 집행부가 학생들의 학습에 큰 피해를 줄 만큼의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장혜옥 전교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 전교조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등성과급 폐지와 교원평가 저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저지는 물론 아이들 살리기 운동을 통한 공교육 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다. 올해 하반기 총력 투쟁을 통해 교육 공공성을 훼손하는 교육 정책에 쐐기를 박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연가는 엄연한 교사의 권리이며 행동권이 보장돼 있지 않은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식이 바로 연가투쟁"이라고 덧붙였다.
전교조는 다음달 7∼8일 학교별 분회마다 성과급 반납식을 가지고 같은 달 11일부터 지도부가 전국을 순회하며 3대 요구사항을 알려나갈 예정이다.
전교조는 또 9월 하순 미국, 프랑스, 영국 등 교육전문가를 초청, 교원평가 국제 심포지엄을 열고 10월 중순 대의원 대회를 다시 개최해 10월 말로 예정된 연가투쟁 계획을 최종 확정키로 했다.
연가투쟁은 교사들이 연차휴가를 집단적으로 내는 것이어서 교육당국과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전교조는 전날 대전 청소년수련관에서 연 제50차 전국 대의원대회에서 차등성과급과 교원평가제, 한미FTA 협상 저지를 하반기 총력투쟁 목표로 삼고 10월 말 연가투쟁을 벌이기로 결정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