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의 초등학생들은 부모들의 명문대 진학 열망, 조지 부시 행정부의 '아동낙오방지법' 등의 여파로 1학년 때부터 영어와 산수 시험에 얽매이며 방과후 특별 수업까지 받고 있다. 여름방학에 보충수업을 받아도 진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낙제까지 한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1일자 최신호에서 미국 초등학생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과중한 학습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같이 전하면서 자녀들이 입학후 바로 두각을 나타내게끔 입학을 늦추는 '레드셔팅'(Red-shirting), 좋은 학군 이사가기, 사설 학습기관 이용도 크게 성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뉴스위크는 그러나 이 같은 과열교육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녀들의 전인 교육을 위해 대안 학교를 찾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특히 3학년이 되기도 전에 시험에 매달리는 것이 그 순간에는 학업 성적을 좋게 만들지 몰라도 장차 어느 정도의 능력을 발휘할 지 가름할 수는 없다면서 5-7세의 아동들에게는 ABC를 배우는 것 못지 않게 사회적,정서적 능력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초등1년은 '신병 훈련소'=지난 2002년 제정된 아동낙오방지법에 따르면 미국의 모든 초등교는 학생들이 늦어도 3학년을 마칠때 까지는 모두 글을 읽을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의무화 돼 있다. 기준에 미달될 경우 학교 문까지 닫을 각오를 해야한다.
일부 학교들은 10일에 한번꼴로 1학년생에게 영어 읽기 시험을 치르고 매주 수필 1편씩 써내는 것을 비롯, 엄청난 숙제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오전 11시 수업 중에 잠에 곯아 떨어지는 아이들도 많다.
뉴욕주 버팔로 교육구청은 1학년생 중에서 성적이 떨어지는 6백여 명을 의무적으로 여름방학에 특별수업을 받도록 했으나 이들 중 42%는 결국 낙제했다.
이민자가 많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근교 크로니타 초등교는 학생의 30%가 집에서 영어를 쓰지 않는다. 학교측은 8주에 한번씩 1학년생들의 읽기, 쓰기 능력 시험을 치른다. 통상 오전 7시반 부터 오후 2시5분까지가 학습 시간이지만 약 1/5 정도의 학생들은 방과후 오후 5시30분까지 보충 수업을 받는다.
이 학교의 앨머 배커 교장은 2학년 1학기 주 전체 초등교를 상대로 실시되는 읽기 시험전까지 학생들의 수준을 키워놓지 못하면 엄한 벌칙을 받게 된다면서 "초등 1년 과정은 글을 배우기 위한 신병 훈련소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면도하는 초등학생 생기는거 아냐?"= 부모들의 조기 교육 열의로 유치원에 다니기전 4년 이상 유아 교육을 받은 경우도 많고 일부는 5살이 되기도 전에 웬만한 소설책도 읽을 정도가 된다.
과거에는 보통 5살이면 유치원에 들어갔지만 이제는 자녀가 유치원 입학 직후 학업에 두각을 나타내길 바라는 부모들이 입학을 1년 정도 일부러 늦춰 능력을 더 키운뒤 들여보내는 '레드셔팅'이 유행이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클레먼스 초등교의 경우 유치원생의 40%가 6살이다.
이 학교 유치원에 제 나이에 자식을 보낸 학부모 빌 화이트씨는 "이제 면도하는 초등학생을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너무 밀어 붙이면 좌절한다"= 전문가들은 아이들 마다 배우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소그룹으로 나눠 교육 방법을 달리해야 하며, 특히 손으로 배워 익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뉴욕 퀸스대학의 조기 교육 전문가인 도미니크 굴로 교수는 "아이들을 너무 밀어붙이면 좌절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주의가 산만하거나 문제있는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