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감자료 중에 2명 이상 서울대에 응시한 전국 275개고 논술 점수를 집계한 결과 입학생·응시생 기준으로 모두 2위를 차지한 학교가 있어 화제다. 경기 안양 평촌고(교장 오병두). 공교육 논술수업의 모델이 될 만한 이 학교의 논술지도 노하우를 문미향 교사(국어)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왜 논술을 정규 수업이 아닌 보충이나 심화시간에만 가르쳐야 하죠? 논술은 어떤 교과든 일반 수업시간에 연계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수업을 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입시와 상관없이 논술이 획일화된 학교 수업풍토를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문 교사는 먼저 학생들을 2인 1조로 구성해 서로 상대방에 대한 보고서(겉표지 포함 A4 5매 이상)를 작성하게 했다. 3회 이상 밖에서 실제 만난 뒤 서로를 탐색하고 난 후의 느낀 점을 보고서로 쓰게 한 것이다.
“처음엔 반발도 많았습니다. 고3에게 이런 숙제를 내 준다며 항의가 들어오기도 했지요. 하지만 장문의 글쓰기로 인해 학생 스스로 벽을 넘어 봄으로써 자신감과 가능성을 발견하게 됨으로써 학생들도 제 의도를 알아주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엔 논제를 스스로 구성해 답안을 작성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예를 들어, 영화 ‘이온 플럭스’를 보고 의미 있는 내용을 논제로 직접 만들어 보기, 자신이 만든 논제에 맞춰 논술 답안을 원고지에 작성(1200자)해 보기 등을 했다. 물론 이런 내용을 정기고사 평가에 반영, 문항 개발 시 지문선정에서 5개 선지까지 담론을 풍부히 할 수 있도록 했다.
“논술지도를 팀티칭 방식으로 진행할 때의 제1원칙은 사전 논의를 통해 방향성이 일치한 것일지라도 실제 수업에서의 사례와 경험담을 그때그때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의도대로 수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다른 반 수업에서 수정・보완을 하려면, 논의를 통한 피드백(feed-back)과정이 있어야 지도를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 발전의 동력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사가 연역적으로 설명하면 학생들의 사고를 자극할 수 없게 되어 배움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목소리나 반응으로부터 이야기를 이끌어 갈 때 비로소 관심이 생겨나고 거기에서 고민과 논의가 깊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서면첨삭이나 문장을 조금씩 손봐주는 가필 첨삭 역시 좋은 지도법이 아니라고 문 교사는 지적한다. 그가 내놓는 대안은 대면첨삭. 한 번이 아니라 서너 번씩, 또 학생의 반응이 나올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면첨삭을 하다보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힘이 들지만, 사고의 확장을 이끌어 내려면 이 작업은 꼭 필요합니다.”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교실에서의 아이들과의 유대라는 문 교사. 그는 “논술이 공교육에서 더 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학원 수업은 자료, 특히 모범답안을 외우게 해 학습에 대한 부담만 남길 뿐입니다. 이런 수업은 학생들의 삶에서 출발한 참말을 끄집어 내지 못하고 앵무새 같은 답안지에 머물게 하는 오류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논술 문제도 사회・일상과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교사는 학생들이 이런 핵심을 끌어내 자신의 말로 풀어낼 수 있도록, 사고를 확장하는 수업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