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펴낸 초등 환경 교과서에 기업이나 부자에 대해 반감을 갖게 하는 표현이 들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책은 5・6학년용 '어린이 초록세상' 등으로 환경부가 기획·개발해 심의했으며 서울시교육청의 인증을 받았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5・6학년용 교과서 48~49쪽의 '생태 발자국' 지수 산출 방식. 16개 문항을 제시한 뒤 이의 실천 여부에 따라 일정 점수를 깎아 환경친화적인 생활 방식을 지수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여름 가족 여행을 어디에 다녀왔나요'라는 질문과 함께 일본, 중국 등 가까운 외국을 다녀온 경우에는 40점, 미국이나 유럽 등 그 밖의 다른 나라를 다녀왔으면 70점이 깎인다. 감점이 70점만 넘어도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당신처럼 산다면 지구가 2개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여기에 야외 나들이 횟수, 채식주의자 여부, 자동차 보유 대수, 집에 있는 방의 숫자 등도 감점 요인으로 분류돼 학생들로 하여금 자칫 '부자=반환경주의자'라는 편견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교과서 개발과 심의를 맡은 환경부 민간환경협력과 심무경 과장은 “계층 간 위화감을 준다거나 ‘부자=반환경주의자’라는 편견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지적된 ‘생태발자국’은 1996년도에 캐나다 경제학자 마티스 웨커네이걸과 위리엄 리스에 의해 개발된 지수”라며 “자전거, 대중교통, 자가용 순으로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여행거리에 비례해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식으로 자연환경에 더 높은 부담을 주는 활동, 에너지 소비가 많은 행동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등 높은 에너지 사용이 수반되는 활동이 환경에 더 큰 부담을 준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만한 상식”이라고 일축했다.
심 과장은 “환경적 가치관에 따라 만든 교과서라는 점에 유의해 달라”며 “집필진을 포함 25명의 환경교육 전공 교사 및 환경교육 전문가들이 수차에 걸친 면밀한 검토를 통해 개발, 서울시 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 연구진들의 검토를 거쳐 승인 받은 인정 교과서”라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어린이 초록마을’ 등 3권의 교과서가 내년 봄 학기부터 초등 재량시간에 채택될 수 있도록 현재 시・도교육청과 전국 초등학교에 5000부를 홍보용으로 배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