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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경기도 수원의 모 초등학교의 수업시간. 아이들이 옹기종기 둘러 않아 저마다 의견 발표에 시끌벅적하다. 교실 정면에는 ‘남과 다르게, 그리고 함께’ 라는 급훈이 크게 적혀 있다. 이 수업은 ‘기고만장(氣高萬丈)’ 수업이라 부르는데, 어느 아이 할 것 없이 얼굴에 생기가 넘친다. 영재 교육 프로그램은 넘치는데, 소외가정의 아이들과 ADHD같은 행동문제 아동을 위한 수업방법이 없어 가슴 아팠다는 한 교사가 고안한 수업이다.

이 수업은 ‘무지개형 교육법’에 따라 실천된다. 아이 개개인을 독창적인 하나의 광선으로 보고 이를 잘 화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업인 것이다. 문제 아동이든 일반 아동이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도록 가르치고, 소규모 집단의 팀워크를 통해 주어진 목표나 과제해결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결과는 어떨까? 아이들 각자에게 ‘접착제’ 하면 떠오르는 것 다섯 가지만 말해보라고 하면 풀, 본드 등 고작 3,4개의 답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7명씩 조를 이뤄 발표하게 한 이 학급에서는 조별로 무려 50개 이상씩 발표를 한다. 그 답도 참 놀랍고 기발하다. ‘엄마 품’(아기가 꼭 안겨 떨어지지 않으므로), ‘우정’(친구는 항상 붙어 다니므로) 같은 어른의 상상력을 넘어선 답변들도 많다. 아이들은 수업을 통해 독창성, 창의력 개발은 물론 자신이 존중 받으려면 다른 사람 의견도 존중하고 대화와 양보의 소중함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보통의 ADHD 아동이 겪는 학교에 겪는 상실감을 생각한다면 이 학급의 성과는 참으로 놀랍다. ADHD은 아동은 ‘성적이 나빠서’, ‘행동이 공격적이어서’, ‘제 멋대로 군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 받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한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반응은 ADHD 아동에게 좌절과 자책, 우울증이나 공격성, 인터넷중독, 약물중독 등의 또 다른 문제를 부른다. 하지만 한 교사의 노력으로 이 학급에서는 ADHD 아동도 다른 친구처럼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가지고 또래와 학교사회에 무리 없이 적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ADHD 아동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아동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사의 이해와 사랑, 아이의 재능을 살려줄 수 있는 교육법의 중요성도 그에 못지않다.

ADHD 아이들의 가장 좋은 치유책은 자기 자신의 존재가치를 깨닫게 하여 소속감과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ADHD 아동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재주로 활기가 넘치는 수업, 이 아이가 없으면 뭔가 빠진 듯하고 아쉬운 수업이 가능하도록 교사와 주위 모두의 노력이 필요치 않을까 싶다. ADHD 아이들은 무지개 중 한 빛깔로, ‘남과 다르지만 꼭 함께 있어야만 무지개 광선을 완성할 수 있는’ 소중한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본지-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공동기획 ‘산만한 아이, 에디슨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관심 가져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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