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후 교사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학생은 학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20분의 1로 줄어든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반면에 일반적으로 영향이 클 것이라고 여겨지던 학생 개인의 비행경험이나 가족구조, 부모의 경제적 수준이나 학력, 폭력피해 경험 등은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진대 안치민 교수는 최근 ‘가출청소년의 학업중단 영향 요인과 대책’(공동연구 김지혜)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가출 청소년을 ‘부모나 보호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24시간 이상 집밖에서 지낸 경험이 있으며 현재 집을 떠나 생활하고 있는 만9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으로 정의하고 전국 가출청소년쉼터 14개 기관을 통해 151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이 가운데 46.4%는 정규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안치민 교수는 “모든 가출청소년은 당연히 학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지만 가출 후에도 학교생활을 지속하는 청소년이 상당수 있다”면서 “최근 다른 조사에서도 가출청소년 중 정규학교에 재학 중인 경우가 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가출상태에서 교사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비율은 학업중단집단에서 7.4%, 재학집단 18.6%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급우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비율은 학업중단집단 70.9%, 재학집단 64.3%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가출기간이 1주일 미만에서 한달 미만, 한달 이상으로 증가할 때마다 학업중단 가능성은 2배씩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출기간이 1개월 미만인 청소년의 비율은 학업중단집단에서 24.1%인데 비해 재학집단에서는 61.3%로 훨씬 높았고, 반면 1년 이상인 비율은 중단집단 32.9%, 재학집단 11.8%로 나타났다.
안 교수는 “폭력피해 경험이나 급우와의 가까운 관계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과 비교해 볼 때, 교사와의 관계는 학교생활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변수”라면서 “일반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가출을 청소년 문제행동으로 간주하고 징계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교사와 관계가 부정적으로 형성되면 학업을 중단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거주지 상태와 보호자 유무에 상관없이 가출청소년이 교육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학교 등록절차 시간을 최소화하고 학업에 필요한 물품 등을 제공하는 한편 지역별로 전문인력을 배치해 행정절차에 도움을 주고 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는 청소년쉼터에서 검정고시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대안학교로 연계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정규학교에 복학하게 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교육부에 가출청소년 학업지원을 위한 전담부서를 마련해 복교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학습지도 등 학교적응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학교는 가출을 초기에 발견하고 개입할 수 있는 중요한 현장으로 가출의 장기화를 예방하고 장기적으로는 청소년 비행과 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