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난징(南京)의 한 고등학교가 한국식 교복을 도입하려다 '학생들의 연애를 조장할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반대로 결국 포기했다고 중국의 금릉만보(金陵晩報)가 15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난징의 모 고등학교는 남녀 구별 없이 획일적인 디자인의 운동복을 교복으로 채택해 사용해왔지만 학생들이 운동복을 입기 싫어한다는 점을 감안해 교복을 교체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학교 측은 인근 상하이(上海)나 광저우(廣州) 등지에서 한국식 혹은 일본식 교복을 채택한 학교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효과가 괜찮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작년 11월 '새 학기부터 한국식 교복을 도입하겠다'고 학생들에게 통보했다.
학교 측의 통보를 받고 한 여학생은 칙칙한 운동복으로 벗고 한국식으로 디자인된 새 교복을 입게 되다는 부푼 기대감에 며칠 동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 학생의 어머니 청(程)모씨의 생각은 달랐다. 청씨는 "사춘기에 다다른 학생들의 세련된 교복을 입게 되면 이성에 대한 호감을 불러 일으켜 연애에 빠질 수 있다"며 극구 반대하고 나선 것.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당혹스런 입장에 처한 학교 측은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학교 측은 "돈을 벌려고 교복을 바꾸려고 한다"는 말부터 "여학생이 치마를 입고 다니면 병이 날 수도 있다"거나 "교복이 너무 예뻐서 학생들의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등등 학부모들의 반대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학교 측의 한 관계자는 "새 교복이 학생들의 연애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지는 않았지만 학부모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학부모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남녀 학생들 사이의 '흡인력'을 증가시키기 보다는 촌스럽지만 '안전한' 운동복을 계속 교복으로 사용키로 했다"며 백기를 들었다.
결국 새 교복 도입 계획은 백지화됐지만 '고루한' 학부모들과는 달리 개성을 중시하는 신세대 학생들의 실망감은 쉽게 사그라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여학생은 운동복이 남자와 여자를 도통 구별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부난부뉘(不男不女)'로 표현하고 "바지통이 넓고 엉덩이가 펑퍼짐한 운동복을 교복으로 입고 싶어하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한 남학생은 "교복은 학생들의 자신감을 돋우고 학교에 대한 자긍심과 소속감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재미도 느끼게 할 수 있다"며 새 교복 도입이 무산된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학생들은 한국식 교복이 학생들 간 연애를 조장할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우려에 대해 "연애는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옷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며 지극히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런 논란에 대해 교육 전문가는 학생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쪽이었다.
난징푸샤오(拂曉)교육심리전화상담센터의 장샤오춘(張曉春) 상담사는 "학생들의 연애문제에 대해 학부모들은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다"며 "세련된 교복을 채택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귀속감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학교에 대한 반항심리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