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학이 초․중․고등학생에게도 강의를 개방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 대상 ‘어린이 대학’은 전국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튀빙엔의 작은 지역신문 ‘슈베비슈에 탁블라트’의 아이디어어로 시작된 ‘어린이대학’은 2002년 튀빙엔 대학이 이 제안을 받아들여 최초로 문을 열었고 현재 독일에 70개 이상이 개설됐다. 이같은 관심은 2002년 OECD국가를 대상으로 한 중학생 학력평가 테스트에서 중하위권에 머무른 사건이후, 크게 늘어났다. 튀빙엔 대학은 ‘어린이 대학’ 개설 선구자로서 2005년에는 유럽 연합이 수여하는 ‘데카르트’상을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또 독일의 어린이 대학은 이제 이벤트뿐만 아니라 독일 교육 제도의 한 부분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중이다. 어린이 대학은 다른 국가로도 빠르게 전파되어 이태리, 오스트리아, 스위스, 영국에도 개설됐고 어린이 대학 강의를 요약한 내용의 책들이 13개 국어로 번역돼 출판되기도 했다.
어린이 대학의 강의는 방과 후에 열리며,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학부형은 강의에 함께 들어올 수 없지만, 바깥에서 비디오로 실시간 강의를 볼 수 있다. 이들 어린이 수강생은 알록달록한 어린이대학 학생증, 강의실 좌석 배정 도장, 대학 식당 사용허가 도장을 받으며 정식 대학생이 된 듯 뿌듯함도 느낀다. 또 강의에 참가했던 어린이들에게 학기말에 강의 수료증, 또 상징적으로 어린이 대학 졸업장을 수여한다.
강의는 많은 부분 어린이들의 질문에 대한 교수님의 대답으로 이뤄진다. 이곳에서는 보통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서는 묻기 어려웠던, 근본적인 의문들을 학문적이면서도 초등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된다.
예를 들면 강의는 ‘왜 꽃 색깔은 화려한가?’ ‘왜 사람은 그림을 그리는가?’, ‘왜 하늘은 파란가?’, ‘비행기는 어떻게 날까?’ 등 주로 어린이들이 궁금해하는 주제를 다룬다. 이들 강의는 수강생으로 꽉 차서 어떤 강의는 1000명을 넘기기도 한다. 모든 대학생이 집에서 쉬는 토요일에도 어린이 대학 강의가 있다. 그러나 토요일 강의실도 만원을 이룬다.
마인츠 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나온 나탈리(11세)는 “우리학교 생물수업시간보다 훨씬 재미있었다”며 강의를 들은 소감을 밝혔다.
이와 같이 어린이 대학 강의에 대해 “어린 나이에 학문과 기술에 재미를 느끼고 눈을 뜨게 하여, 미래를 이끌어갈 연구자들이 양성될 수 있다”며 독일 주요 언론들은 환영하고 있다. 또 어린이 대학 강의를 맡고 있는 울리히 얀센 교수는 “교수의 입장에서도 복잡한 이론을 쉽고 명료하게 설명하는 교수법을 개발할 수 있어서 좋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처럼 어린이 대학이 성황을 이루는 것은 학교 공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인가라는 물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선생님이 같은 반 담임을 맡는 독일 교육제도와 빡빡한 수업진도일정 안에서 ‘어린이 대학’과 같이 학생들에게 항상 흥미롭기만 한 수업을 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시각매체 중심시대에 학교 수업이 학생들의 주의를 끌기는 쉽지 않다. 교육 전문가 요한 숄레만은 “어린이 대학 강의로 인한 초등학생들의 지적 자극은 학교생활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이런 방식의 수업이 보통 수업일상과 잘 연결이 된다면 최상의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독일의 50개 이상의 대학들은 어린이 대학이외에도 특히 수학과 과학에 두각을 보이는 영재 학생들을 비롯해 원하는 학생에 한해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조기 대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조기대학교육에 참여하는 중, 고등학생들은 학교 학업을 병행하며 대학생들과 함께 자신이 직접 선택한 강의를 듣는다. 학기말에는 다른 대학생들처럼 시험도 치러 학점도 딴다. 이들은 대학에 들어가기 전 자신이 듣는 전공이 적성에 맞는지를 잘 시험해 볼 수 있으며, 이들 학점은 모두 인정이 되어, 나중에 정식 대학생이 되어 학점을 이수했던 전공을 공부하면 학업을 더 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 또 독일 교육 연구회의 보고에 따르면 이런 조기대학제도가 영재 학생들의 학교 학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조기 대학공부를 하게 된 이후부터 학업에 더욱 자신감이 생기고, 학습태도도 자주적이 된다는 것이다. 한편 대학 측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미리 끌어오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