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27일 발표한 학교선택권 확대계획은 30년 넘게 유지돼온 평준화 시스템은 학생들의 학교선택 권한을 원천 봉쇄한다는 비판에 따른 것으로 서울 전지역의 고교를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 방안이 계획대로 2010년부터 적용될 경우 학교간 경쟁을 유발해 경쟁력을 높이고 계층간 이해를 통한 사회통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학교선택권이 확대되면 학생들의 선호 정도에 따라 학교간 서열화 현상이 생기고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좋은 강남권 학교로 몰리는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학교선택권 확대안 배경 = 2010학년도부터 적용하는 학교선택권 확대 방안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ㆍ학부모의 교육 만족도를 향상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
1974년 평준화가 시행된 이후 학생ㆍ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이 원천 봉쇄됐다는 비판에 따라 평준화 제도의 틀 속에서 제도의 취약점을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교육당국은 학생의 진로와 종교 등을 고려한 학교 지원배정으로 실질적인 학교선택권이 보장되고 특성화된 교육 과정과 교육 프로그램 제공을 통해 다양한 교육적 욕구가 수용되도록 여러 방안을 준비해왔다.
국회 예산결산 특별위 전체회의가 열린 2005년 8월 학군광역화가 '뜨거운 감자'로 불거지자 시교육청은 자체 연구팀을 구성해 본격 논의에 들어갔고 동국대 박부권 교수팀이 시교육청의 의뢰를 받아 전문적인 연구작업을 시작한 것.
이런 과정을 거쳐 마련된 이번 계획안이 시행되면 일선 학교가 학생 유치를 통한 생존을 위해 수요자 중심의 교육 체제로 바꿔 학생배정 제도의 기본 성격이 학생간 경쟁에서 학교간 경쟁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남학교군 등 특정학교군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리를 줄이고 고교의 학습집단 구성이 다양화돼 계층간 상호 이해 및 사회 통합 기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배정방식 어떻게 바뀌나 = 학생들이 거주지와 상관 없이 서울 전 지역 또는 거주지 학교군에서 희망하는 학교를 먼저 선택해 지원한 후 추첨 배정받는 게 이번 계획안의 핵심이다. 학생들은 1ㆍ2단계를 통해 지금처럼 거주지 인근 학교에 강제 배정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학교를 최고 4곳까지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그동안 단계별 배정비율에서 차이를 보이는 3가지 안을 두고 고민을 하다가 절충형으로 결론냈다. 1단계 20∼30%, 2단계 30∼40%, 3단계 30∼50%의 배정 비율을 선택한 것이다.
박부권 교수팀이 제안한 1안은 1단계 30%, 2단계 40%, 3단계 30% 비율로 학생을 배정하는 것이고 2안은 1단계 20%, 2단계 30%, 3단계 50% 배정 비율을 두고 있다.
1안은 선지원 배정 비율이 70%에 달해 학교선택권 확대 취지에는 부합하나 3단계에서 원거리 학교배정이 증가하고 2안은 원거리 학교배정 가능성을 최소화하나 학교선택권 확대라는 취지를 만족시키는 데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현재 서울 일반계고 신입생 배정 방식은 도심의 공동학교군 37개 학교만 2∼3개교를 복수지원받아 추첨 배정하고 나머지 학교는 거주지 학교군에서 교통 편의와 성적평준화 등을 고려해 지원 없이 신입생들을 확보한다.
올해는 첫 개방형 자율학교인 원묵고가 문을 열어 공동학교군에 앞서 인근 거주지 학생들을 상대로 지원을 받아 배정하기도 했다.
◇학교 선호도 격차 해소는 숙제 = 학교선택권 확대 방안의 성공 열쇠는 학교간 선호도 격차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이다.
명문고 등에만 학생이 몰리고 비선호학교에는 지원자가 부족하면 학교간 서열화를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좋은 강남권 학교로 1단계 지원자가 몰리면 특정지역 쏠림 현상이라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시교육청도 이런 문제점을 우려해 학교선택권 확대 방안이 시행되는 2010년까지 앞으로 3년간 학교의 선호도 격차를 해소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모의실험과 현행 선지원ㆍ후추첨 방식에서 지원자가 크게 미달하는 학교 등 잠재적 비선호학교에 대해 자구 노력을 유도하고 우수교사 배치와 학교 환경개선사업 우선 지원 등 3년간 행ㆍ재정적 지원을 집중한다는 것.
당근과 함께 채찍도 가한다. 2010년 이후 정원 미달 정도를 감안해 그 다음해 학급수를 감축하고 3년 연속 비선호학교로 평가되면 학교 이전 배치 등 근본적 대책을 검토하게 된다.
교육청은 강남권으로 몰리는 문제점은 아직까지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 모의배정에서 쏠림현상이 발생하지 않았고 설문조사에서도 학부모들이 학교 선택 기준으로 통학거리를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강남 뿐 아니라 다른 지역 학교에 대해 학교별 교육과정 및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학교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되도록 학교 교육과정의 특성화ㆍ다양화를 추진하는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