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영국 교육기술성 앤드류 아도니스 학교부문 장관(한국의 차관급)이 올 봄 학기부터 현행 ‘공-사립학교 연계 프로그램’에 18개 중등학교를 추가하고 220만 파운드(약 40억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노동당 정부는 3월 국회에 ‘사립학교가 무료로 가난한 가정의 자녀를 받아들일 경우, 그 수업비를 정부가 지원한다는 정책(Assisted place scheme)’을 부활시키는 법안도 상정했다.
사립학교와 관련된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이 노동당 정부 집권 3기인 2005년부터 가시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사립학교들은, 전국 학교의 약 7%를 차지하고 있으며, 옥스퍼드와 캠브리지 대학의 신입생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연간 평균 약 2000만원의 수업료를 받고 있으며 소위 ‘귀족학교’ 로 분류되고 있다.
노동자 계층에 정치기반을 두고 있는 과거의 노동당 정부들은 이러한 사립학교들을 ‘사회계급을 분화시키는 원흉’으로 지목하고 철저히 배제하든가 고립시키는 정책을 견지해 왔다. 물론 이러한 사립학교를 폐지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정부로부터 일체의 지원을 받지 않고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족스럽게 운영하는 형태이기에 정부가 강제로 해산시킬 마땅한 수단도 없었고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 낼만한 명분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러한 노동당정부와 사립학교들의 ‘앙숙지간’이 최근 2~3년 사이에 ‘상호 협조체제’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그동안 사립학교 졸업생들의 높은 성적은 단지, 입학생 선별, 공립학교의 세배에 가까운 투자액 때문이라고 무시해 왔으나 최근 들어 이러한 변수를 제외하고라도, 사립학교들이 만들어내는 '추가 향상분'(Value added)은 공립학교의 그것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립학교 연계 장려정책’의 유형으로는 아카데미, 학교연합(Federation), 학교연계 (state/independent school partnership) 등을 들 수 있다. 아카데미는 폐교되는 바닥권 공립학교를 사립학교가 인수하여 운영하는 형태이며, 이럴 경우, 정부는 학교를 새롭게 개교하는 비용으로 약 300억원을 지원하고, 매년 공립학교와 동일한 수준의 학교 운영비를 지불한다.
학교연합은 다양한 유형이 있다. ‘약한 경우’ 에는 사립학교의 교장이나 학교운영위원같은 학교 경영자가 조언을 하는 형태가 있으며, 좀 더 나아간 ‘중간형태’는 사립학교의 교사를 공립학교로, 공립학교의 학생을 사립학교로 보내기도 하고 사립학교에서 잘 개발된 프로그램을 공립학교에 적용시키기도 한다. ‘강한 형태’는 사립학교가 공립학교를 인수하는 형태이다. 이럴 경우 공립학교의 학운위는 해체되고 교직원을 물갈이가 된다.
'학교연계‘ 는 ’중간형태의 학교연합‘의 모델을 수정 보완한 형태이다. 한국에서 보이는 ’시범학교‘ 모델의 우수사례 개발 확산 프로그램과 유사하지만, 이것을 좀 더 체계적이며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정부가 연간 수십 만원에서 최고 3000만원까지 재정지원을 해준다. 이는 과거에도 공립학교들 사이에 추진되어 왔지만, 이것을 사립학교영역에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이다.
과거 2년 동안 이러한 시범사업의 효과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공립학교들의 졸업생들 중에서 대입학력고사 최고 등급을 받은 학생들의 숫자가 괄목할 만큼 늘어났다는 점이다. 그러한 배경에는 대잠재성은 있지만 집안이 가난한 이유로 취약지구에 살고, 취약지구의 ‘바닥권 공립학교’에 재학하면서 ‘묻히는 아이들’ 이 발굴되는 형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묻히는 아이들을 발굴하고자 하는 취지의 정책은 1987년 보수당 정부에 의해 ‘Assisted place scheme' 이라는 사업을 실시한 적이 있다. 이 사업은 사립학교가 입학정원의 일정비율을 저소득층 가정의 아동을 받아들인다면, 그 수업료를 정부가 지원해 준다는 정책이었다. 이 정책은 1997년 노동당 정부가 들어오면서 폐지됐는데, 그 이유는 그 사업을 분석해본 결과, 사립학교에 들어온 ’정부지원 입학자‘ 들이 저소득층이 아닌 중산층 하위권 또는 저소득층 상위권 자녀들이 수혜자였기 때문이었다.
‘3월 법안’에서 이 정책을 부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여기에는 ‘공공의 수혜를 만족시킬 경우’ 라는 단서를 달고 있지만, 그 세부적인 사항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교육기술성과의 정책과는 별도로, 근간에 유명사립학교들은 해외 분교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들 중에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으나, 상당수는 ‘추가 수입 모델’을 개척하여, 부가된 수입으로 ‘영국 내 본교’에서 장학금 제도를 확충하여 보다 폭넓은 사회계층에서 신입생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현재, 느슨한 사립학교 설립 인가법(자선단체 설립법 의 빈틈에서 연간 1900억원에 상당하는 세금을 면제받는 사립학교를 규제하자는 정부의 움직임을 사전에 읽어내고 그 대책을 강구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현행 자선단체법은 ‘공익을 위하는 단체’ 로 규정을 하고 있지만, 장학금의 폭이 좁은 사립학교들은 ‘얼마나 공익에 기여하는가’ 라는 새로운 자선단체법의 규정이 만들어지고, 정부 감사단의 진단을 받을 경우, 학교 설립인가의 존폐가 위협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