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명문 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잉글랜드의 브라이튼 앤드 호브 지역이 사상 처음으로 학교 추첨제를 실시한다.
잉글랜드 남부 브라이튼 앤드 호브 지역은 내년 9월 학기부터 공립 중학교 학생을 뽑을 때 인근 주택 우선권 정책을 폐지하고 추첨제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BBC가 28일 보도했다.
한국 못지 않게 교육열이 뜨거운 영국에서 명문 공립 중등학교는 입학 경쟁률이 10대 1에 이를 정도로 치열하다. 텔레그래프 신문은 이번주 발표될 중등학교 입학생 명단에서 약 20만명의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1순위 학교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명문 공립학교가 있는 이른바 8학군 동네에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중산층이 몰려들어, 집값을 치솟게 하고 있다.
앨런 존슨 교육장관은 지난 1월 이 같은 8학군 병을 막기 위해 명문 공립학교의 입학생을 추첨제로 뽑겠다고 발표했다. 집권 노동당이 주도하는 브라이튼 앤드 호브 의회가 정부의 이 정책을 처음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제 브라이튼 앤드 호브 교육당국은 가난한 집 자녀들도 명문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인근 주택 우선권 제도를 더 이상 시행하지 않는다. 대신 학생들을 6개 학군에 배정한 뒤 해당학군에 2개 이상 학교가 있을 경우 통학거리 우선제가 아닌 추첨제로 입학생을 뽑게 된다.
지방의회 가정ㆍ학교위원회 위원장인 팻 혹스는 "브라이튼 앤드 호브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함께 사는 지역이고, 가난한 주민들은 배제돼왔다"고 추첨제 도입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이 지역의 일부 부모들은 추첨제의 도입에 반발하며 4천명의 반대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작성하고, 반대 전단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이들은 추첨제를 뒤집기 위해 법원에 호소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