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교사를 무릎 꿇게 했던 일이 있었다. 이는 우리 학교가 학부모들에 대한 교육을 게을리 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학부모는 학교가 모셔야 할 제1의 클라이언트, 소비자이지만, 그렇다고 학교가 그들의 요구를 무제한적으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 비유하자면 학교의 교사는 보약을 다리는 한의사의 마인드와 같아야 한다. 환자가 약이 쓰다고 항의한다고 해서 중요한 약재를 빼버리거나, 약에 물을 탈 수는 없지 않은가!
소비자 중심 교육이 능사가 아닌 것이다. 학교 교육은 기업의 상품 생산과는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은 상품 생산과는 달리 교육 수요자가 원하지 않는다 해도 반드시 해야 하는 교육이 있는 것이고, 교육 수요자가 아무리 원한다고 하여도 들어 주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 반드시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학교는 보편적이고 항구적 가치를 보존 유지해야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의 의견은 모두 각자의 아이를 중심으로 다양하다. 그 요구를 모두 들어주다가는 한도 끝도 없다. 학부모들의 최대의 관심사는 학부모님의 자녀라는 사실이다. 학교 교육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생각보다는 자녀에게 더 좋은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하지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그러한 학부모들의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또 다른 욕구를 가진 학부모들로 인해 또 다른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에 대한 교육과 안내가 선행되어야 한다.
바람직한 학부모 문화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것은 Feedback과 Support 라고 하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학부모는 어떤 상황에서도 학교의 커리큘럼, 평가, 인사 정책 등 학교 교육에 핵심이 되는 사항에 대해 간섭하게 해서는 안 된다. 단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학교의 교육 활동에 대하여 모니터를 해서 학교 선생님들에게 Feedback을 주는 것으로 끝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드백까지는 할 수 있지만 그것을 받아들일지 아닐지 판단하는 것은 교육전문가인 학교가 할 일이다. 학부모가 학교에 대하여 해야 하는 중요한 또 하나의 역할은 적극적인 Support를 하는 것이다.
학부모 역할을 Feedback과 Support로 정착시키기 위해선 학교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확신을 학부모에게 주어야 한다. 학교가 여전히 학부모들의 주장에 끌려 다니는 것은 그만큼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이 조악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학교-학부모 관계는 학교의 당당함,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감동적인 학교 교육을 통해 학부모들을 학교를 위한 Best Supporters로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