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아들은 이제 "잘 우는지, 아기 말을 제대로 하는지, 발가락 장난을 똑바로 하는지" 등에 대해 평가받게 생겼다.
영국 정부는 13일 5세 이하 유아가 제대로 발육하는지 점검하고, 이에 맞춰 유아의 학습을 지도할 수 있도록 69개의 '조기 학습 목표'를 정한 국가 차원의 커리큘럼을 발표해 논란을 빚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유치원 교사와 보모는 출생 후부터 5세까지 유아가 연령별 조기 학습 목표에 맞춰 제대로 발육하는지 평가하고 학습 성적 수준에 따라 지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는 유치원 지원금을 끊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11개월 이하 유아는 어떻게 몸을 뒤집는지, 기분이 좋을 때 어떻게 목젖 울리는 소리를 내는지, 관심을 끄는 물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을 점검받는다. 16∼20개월 유아는 자기 물건에 대한 인식, 옷을 벗기 위한 노력, 영어 어휘를 개발하는 능력 등을 평가받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인 4∼5세 때에는 읽기, 쓰기, 계산, 대화 능력 등과 관련해 각 부문별로 9점 만점의 점수를 매긴 일종의 학습 성적표를 받는다.
이 유아 커리큘럼은 내년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학부모 단체들은 아기가 돌을 맞기도 전에 성취해야 할 학습 목표를 정함으로써 아기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야당 보수당은 "출생 후부터 초등학교 때까지 유아에 대한 전례 없는 관리를 통해 어린 시절을 빼앗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지 말고 전문가들에게 유아 교육을 맡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베벌리 휴스 어린이 담당 교육부 차관은 "유아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유아의 요구에 현명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며 출생 후부터 아기를 목표에 맞춰 몰아대는 학습 성적표식 커리큘럼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