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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참여 아동 70% “영어공부가 재미있다”

⑤ 초등 1, 2학년 영어교육 방안

놀이・노래・활동 중심 영어 학습 1, 2년 아동 적합
영어공부로 우리말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 등 자극

기대수준 달라 다양한 구성 갖춘 맞춤형 교재 필요
집중력 약해 40분×1회보다 20분×2회 수업 더 적절



현재 전국 50개 초등학교의 1, 2학년 교실에서 시범적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 학교들은 전국 초등학교를 대표할 수 있도록 지역과 교육 여건을 고려해서 선정되었다. 이 시범학교 운영은 작년 9월부터 시작되었고 2008년 8월까지 계속된다. 약 2년 동안 지속될 이 연구학교 운영에는 교사, 평가 전문가, 영어 교육학자, 국어 교육학자, 교육관계자들이 골고루 참여하여 조기 영어교육의 효과를 검증할 예정이다. 연구학교 운영에서 얻게 되는 각종 자료와 정보는 나중에 초등 1, 2학년 영어를 위한 교육과정, 교수-학습방법, 교재, 지도교사 유형 등에 대한 방침을 결정할 때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이 글의 필자도 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초등 1, 2학년에 영어를 도입할 필요가 있겠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체로 학부모들은 도입을 지지하고 교육 전문가들 중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분들이 많은 편이다. 교육부에서는 연구학교 운영을 통해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도입 여부를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초등 1, 2학년부터 영어 교육을 실시하자는 주장의 이면에는 우리의 전반적 영어 능력이 경쟁국가에 비해 낮고 이것을 초등영어교육 확대로 개선해보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국가적 영어 성적은 낮은 편이다. 토플 응시자의 평균 성적이 227개 국가 중에서 93위, 말하기 성적은 108개 국가 중에서 105위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시작 시기나 주당 수업 시수도 아시아 주요 국가들보다 뒤져 있다.





최근 초등 영어교육 10년의 성과를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는데,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정규 교과로 배웠던 2006년도 고등학생들이 초등영어를 배운 적이 없었던 2003년도 고등학생들보다 듣기, 읽기, 쓰기 전 영역에서 월등히 성적이 높다고 보고하고 있다. 특히 듣기 성적의 차이가 크다고 보고하고 있다. 정의적 영역에서도 긍정적 성과가 감지되고 있는데, 초등영어를 통해서 영어에 친숙해지고 흥미가 생겼다고 응답한 2006년도 고교생들의 비율이 높았다. 연구 결과는 초등영어를 확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인다면 조기영어교육 시범학교 운영은 시기가 적절해 보인다. 더욱이 현재 초등 1,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량 시간 등을 이용해 광범위하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보고에 의하면 현재 약 30% 정도의 초등학교와 70% 이상의 유치원에서 조기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싱가포르,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의 일부 등에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주당 2~6시간의 영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는 찬반에 대한 논의는 잠시 유보하고 시범학교를 선정해서 실제로 가르쳐보고 타당성을 검증해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2006년의 연구는 기간이 6개월 밖에 되지 않아서 주로 2007년의 2차년도 연구를 위한 준비였다고 할 수 있다. 이 기간에 각 연구학교에서는 연구진을 구성해서 1, 2학년 영어 교재를 편집하고, 영어체험 학습시설을 구축하고, 교수-학습 방법을 개발하여 영어 교실을 실제로 운영하였다. 연구학교를 운영한 기간은 짧았지만, 2006년 말에 연구학교 외에 일반학교를 특별히 선정해서 이들 학교의 초등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1차년도 연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연구학교 아동들의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수업에 참여한 아동들의 70%가 영어 공부를 재미있다고 응답하였고, 또 79%는 영어 공부가 중요하다고 응답하였다. 부정적인 학습 태도를 보인 아동들은 매우 적었다. 그리고 전체 아동들의 45%가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가 쉽다고 대답을 하였다.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가 어렵다고 응답한 아동들은 21%에 달했다. 놀이와 노래, 활동 중심으로 배우는 영어는 인지 발달 단계상 감각을 이용한 학습에 능하고 활동과 놀이를 좋아하는 1, 2학년 아동들에게 적합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또 설문조사에 참여한 아동들이 대개 영어 공부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서 쉽지는 않았을 것인데도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다고 짐작된다.




학부모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자녀들의 학교 영어 학습을 관심 있게 지켜본 학부모들도 1, 2학년 영어 도입에 대해서 비교적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1, 2학년 영어가 없는 일반학교 학부모들이 찬성 49%, 반대 19%인데 비해서 연구학교의 학부모들은 찬성 62%, 반대 15%였다. 회의적인 태도를 가졌던 상당수의 학부모들이 실험학교 운영 중에 적극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을 알 수 있다. 연구학교 운영 기간 중에 1, 2학년에서 영어 사교육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되었지만, 별 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학교와 일반학교의 구분이 없이 대다수의 아동들이 적게는 주당 1시간에서 많게는 10시간 이상씩의 영어 사교육을 받고 있었고 주당 1~2 시간의 사교육이 가장 많았다(31%). 그리고 학부모들의 90% 이상이 영어 사교육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정체성과 국어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기간이 짧아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연구학교와 일반학교의 아동들 사이에 큰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동들이 인식하고 있는 우리글과 문화에 대한 관심(68%), 한글에 대한 자부심(82%), 한글의 중요성(79%), 한국인에 대한 긍지(85%)는 비교적 높은 편이었고, 연구학교 아동들이 오히려 약간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 것이 우리글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을 자극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연구학교 운영에서 문제점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교재 개발에서 나타났다. 교재는 대체로 현행 3학년 영어 교과서 내용과 수준을 기준으로 지역별로 개발해서 사용하였는데, 학교마다 아동들의 영어에 대한 기대와 수준이 달랐다. 학교에 따라서는 사교육 경험이 거의 없이 영어를 처음 접하는 아동들이 많아서 매우 초급 수준의 영어도 어려워해서 애써 준비한 교재를 다시 편집하는 수고를 하기도 하였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1, 2학년 영어 교육에서는 맞춤형 교육을 지향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구성과 수준을 가진 교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가령, 매우 초급 수준의 영어 공부도 어렵게 여기는 아동들에게는 간단하고 쉬운 영어 낱말이나 일상생활 표현을 반복해서 배우는 형태로 구성된 교재가 바람직하다.

이 외에도 연구학교 운영에서는 다른 문제점들이 나타났는데, 이들을 참조해서 조기영어교육 방안을 몇 가지 더 제시한다. 첫째, 학년별 아동의 차이를 고려해서 교육과정을 편성한다. 1, 2학년 아동들은 특성상 3, 4학년 혹은 5, 6학년 아동들과는 상당히 달랐다. 주의 집중력이 약하고 쉽게 싫증을 내고 조별 놀이와 활동을 수행하는 데에 서툴렀다. 1, 2학년 아동들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면 수업은 40분×1회보다는 20분×2회가 더 적절하고, 교재는 4차시×8단원의 구성보다는 3차시×11단원의 구성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원어민 교사와의 협동 수업을 1, 2학년 영어 교실에 우선적으로 도입한다. 1, 2학년 영어는 음성 언어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고, 아동들이 원어민 교사의 생생한 말소리를 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약 48%의 연구학교에서 협동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교사들 중에도 88%정도가 원어민과의 협동 수업을 이상적인 영어 교사 유형으로 선호하고 있기도 하다. 대다수의 연구학교 아동들이 영어 공부가 재미있다고 응답한 것도 상당히 원어민과의 협동 수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저학년 영어 교실에 원어민 교사를 투입해서 음성 언어 중심의 영어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셋째, 우리나라의 초등영어 교육을 전반적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 연구학교에서도 여러 차례 건의가 들어왔지만 1, 2학년 영어 교육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전체 영어과 교육과정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특히 이번 기회에 초등영어 교육에 경험이 많은 국외의 전문가들의 도움과 자문을 받아서 1, 2학년 영어를 포함한 전체 초등영어 교육과정을 열린 마음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우리는 국내 학자들만으로 영어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편성하는 경향이 강했다. 우리의 영어 교육에 대해 국외 전문가의 평가와 진단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탓인지 영어과 교육과정 개편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졌지만 항상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늬만 혁신적 영어교육’에 그치곤 했다. 이제는 초등영어 교육에 대해서도 외부 전문가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조기 영어교육에 충분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한다. 제1차년도 연구학교 운영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것은 교육부와 각 지역 교육청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판단된다. 사실 조기 영어교육은 초기에 정부의 큰 관심과 지원이 없이는 성공적으로 수행하기가 어렵다. 최소한 조기 영어교육이 정착할 때까지라도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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