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베를린에서 16세의 고등학생이 과음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한 달만에 사망한 사건이 온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로써 청소년 음주문제의 심각성이 만천하에 드러나며 독일 전체에 청소년 음주문제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베를린에서 성업중인 균일 가격 주류판매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최근 베를린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균일 가격 무제한 주류 판매 술집들이 서로 경쟁하며 속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숨진 남학생도 바로 15유로를 내면 마시고 싶은 만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술집에서 알코올 농도가 매우 높은 데킬라 50잔을 마신 걸로 알려졌다.
현행 독일 청소년보호법에 의하면 만 16세부터 누구나 맥주나 와인 등의 주류를 사서 마실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과 함께 정치인들 사이에서 청소년 음주 허용 연령을 16세에서 18세로 더 높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8세 이하 음주 금지를 주장하고 있는 독일 중독위험방지 기관의 대변인 크리스타 메르페르트 디테는 “가장 큰 문제는 음주문제에 무비판적으로 대응하는 사회분위기다. 보통 청소년들은 자신이 어른임을 과시하기 위해 술을 마신다. 그런데 술이 중독성 있는 환각제며 마취제라는 것을 잊어버린다. 음주는 일찍 시작할수록 그에 따르는 해가 더 크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또 그는 “광고가 청소년들에게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어른으로 인정받는 다는 인상을 심어준다.”며 주류 광고를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 “거기선 술을 많이 마실수록 경제적이므로 과음을 부추 킨다.” 베를린에 성행하고 있는 균일가격 술 판매를 비난했다.
그러나 소비자보호부 장관 호스트 제호퍼는 이에 대해 18세 이하 청소년 음주 금지 제안에 회의를 표하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는 “음주 문제는 교육과 계몽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금지는 더욱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말했다.
독일 정부 마약문제담당관 자비네 베칭도 음주 금지 연령을 높이는 것에 반대하며 “책임감 있는 적당한 음주 문화가 사회적 논쟁주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음주 광고 금지안을 실행시키는 것은 어렵다.”며 광고 업체들이 청소년보호를 위해 자기통제를 할 것을 호소했다. 또 그는 ‘새로운 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 아니라 현행 청소년 보호법이 잘 지켜지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베를린 시정부의 건강담당 카트린 롬프셔는 “청소년들의 무책임한 음주행위에 있는 문제를 금지로 해결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학교와 가정에서의 계몽과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헤센주 약물 전문가 우줄라 피히는 “학교에서의 계몽과 교육으로는 부족하다. 부모가 술을 즐기지만 절제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며 “음주 문제에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를린 시 당국도 균일가격 무제한 주류판매를 금지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베를린 시의회 사민당의 청소년 정책 대변인은 “이러한 주류판매 행위는 청소년에게 매우 해롭다”며 균일 가격 주류판매 금지 안을 내놓았다.
이번 5월초에 정부가 내놓은 ‘약물과 중독성 물질 소비에 관한 보고’의 통계 내용은 청소년 과음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청소년은 전체의 30%로 지난번 통계보다 6%늘어났다. 하지만 문제는 술을 마시는 청소년의 주량이 훨씬 늘어나 과음을 하고, 또 술을 마시는 청소년의 연령이 훨씬 낮아졌다는 것이다. 2005년 한해에 베를린에만 10세에서 20세 사이의 청소년이 과음으로 병원에 실려간 사례가 270건이 넘었다. 이는 2000년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수치다.
한 의료보험사는 2006년에 과음으로 병원에 실려간 15세에서 20세사이의 청소년의 수는 거의 1000명 중 3명에 이른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 중독위험방지 중앙기관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12세에서 25세까지의 청소년 3명중 1명이 지난 달 최소 다섯 잔 이상의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밖에도 독일 연방중앙의 보건 통계에 의하면 독일 청소년은 평균 14세에 첫 음주경험이 있고 만취 경험 연령은 평균 15.5세라고 한다. 독일 청소년의 일부는 알코올이 함유된 소프트 드링크로 비교적 일찍 술을 접한다. 음주를 하는 12세에서 17세까지의 청소년 중 20%가 쓴 술 맛이 나지 않은 단맛의 소프트 드링크를 마신다고 한다.
그렇다면 음주와 관련한 독일의 전체의 통계는 어떨까? 독일인구 8000만 중 1600만이 알코올 중독증이라고 한다. 이에 정부 마약담당은 오는 6월에 “책임성 있는 음주 행동주간”을 정해 과음의 위험성을 홍보하는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