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9 (금)

  • 구름많음동두천 -1.8℃
  • 구름조금강릉 2.9℃
  • 구름조금서울 -0.8℃
  • 흐림대전 1.7℃
  • 흐림대구 5.3℃
  • 구름많음울산 6.0℃
  • 구름많음광주 6.4℃
  • 맑음부산 6.2℃
  • 구름많음고창 6.2℃
  • 제주 8.7℃
  • 구름조금강화 -0.9℃
  • 흐림보은 2.1℃
  • 흐림금산 3.0℃
  • 구름많음강진군 7.6℃
  • 흐림경주시 5.7℃
  • 맑음거제 7.4℃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정책

사학 정체성 존중…현행 사학법 판단은 배제

大法 "임시이사가 학교법인 정체성 뒤바꿔선 안돼"

대법원이 17일 상지대 임시이사들의 정식이사 선임은 무효라고 판결한 것은 사립학교법인의 정체성과 자주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대법원은 소송을 각하한 1심 판단보다는 구 이사들의 이사 선임 결정 참여 범위를 넓혀주었지만, 사학의 자율성과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구 이사들의 권한을 대폭 인정한 항소심보다는 권한 인정 범위를 좁게 해석했다.

대법원은 피고측인 학교재단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학교법인 자체의 정체성과 자주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파견한 임시이사가 함부로 학교법인의 정체성까지 뒤바꾸는 단계에 이르면 위헌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공성을 추구한다면 학교법인의 자주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적절하게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사학의 공적 역할도 함께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현행 사립학교법 25조의 3(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 문제)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단을 내릴 사항이라며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 구 이사들 권한 완전 회복은 제동 =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한 퇴임이사들의 긴급처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민법 691조에서 비롯된 긴급처리권은 이사의 임기가 만료됐거나 남아 있는 다른 이사만으로 정상적인 법인 활동이 불가능할 때, 임기가 끝났거나 사임한 구 이사에게 종전 임무를 계속 수행할 권한과 의무를 부여한다.

대법원은 "원고들에게 법률상 이해 관계는 있지만 긴급처리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다시 임시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태가 되면 정상화 시점에서 유효한 사립학교법, 민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일반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사립학교법에서 25조의 3으로 신설된 정상화 방안을 참고해 교육인적자원부가 구 재단측의 의견을 들어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김문기 전 상지학원 이사장 등 원고들은 이번 판결로 정부가 임시이사를 선임할 때 의견을 낼 수 있게 됐다.

다만 이 조항은 구속력이 있는 강제조항은 아니어서 정부가 임시이사 선임에 의견을 반영할 의무는 없다.

◇ 최종 판단 헌재 몫으로 = 현재 진행 중인 사학법 헌법소원 사건에는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와 관련된 25조의 3도 포함돼 있어,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법적 분쟁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변현철 대법원 공보관은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게 되면 민법의 일반 원칙으로 돌아가 법원이 제3자로서 교육인적자원부의 권한을 대신할 수도 있지만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25조 3은 임시이사 선임 사유가 해소됐다고 인정될 때 관할청(대학은 교육인적자원부)이 이사를 선임하되 출연자, 학교 발전에 기여한 사람, 학교운영위원회, 대학평의원회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이사 수의 3분의 1은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자로 선임해야 한다.

헌법소원 청구인측은 관할청이 이사를 선임하도록 한 규정이 사학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이사 선임 권한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하다.

대법원이 일단 사학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헌법으로 보호받는 가치라는 점을 중요하게 판단한 이상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립학교법만 언급하면 현행법이 합헌이란 인상을 줄 수 있고, 민법만 강조하다보면 위헌을 강조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 두 법을 모두 판단했다"며 확대해석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 소수 의견은 = 김영란,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 대법관은 퇴임이사들에게 임시이사들이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내용의 이사회 결의와 관련해 효력 유무를 다툴 자격이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법률에 규정이 없는 한 학교법인의 임시이사들은 정식이사와 동일한 권한이 있어 임시이사들이 정식이사를 선임한 이사회 결의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임시이사는 학교법인 업무가 차질을 빚는 염려가 있을 때 위기관리자로서, 민법상 임시이사와 달리 일반 학교법인 운영에 관해 제한적으로 정식이사와 동일 권한을 갖는다고 본 다수의견보다 폭넓게 권한을 해석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