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연무중학교 3학년 5반의 과학시간. 오늘 배울 내용은 '우리나라 4계절의 날씨'다.
과학담당 김상협(32) 교사의 수업 지론은 '재미'. 수업이 시작되자 교과서를 펴고 밑줄을 긋거나 칠판 가득 적힌 내용을 노트에 필기했던 과거의 수업 모습 대신, 몇몇 학생이 주섬주섬 마이크와 비옷, 지휘봉 등 소품을 챙긴다.
조를 이룬 학생들이 4계절의 날씨를 기상캐스터와 현장 리포터가 되어 설명하는 것.
'봄' 팀은 칠판 지우개에 가득 묻힌 분필가루로 만든 '황사'를 마셔야 했고, '여름' 팀은 우비에 우산을 쓰고 장맛비를 맞았다. '겨울' 팀은 낮기온이 섭씨 27도인 초여름 날씨에 겨울 점퍼를 꺼내입고 눈을 맞았다.
친구들이 외운 대사를 까먹는 실수와 익살스런 연기에 신나게 웃다 보면 수업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나간다.
김근종(15) 군은 "딱딱하게 설명만 하는 게 아니라 수업과 관련된 여러가지 활동을 함께 해 과학시간이 너무 재미있다"며 "기억에 남아 잊어버리는 일 없이 시험도 잘 볼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재밌어 해야지 수업이 즐겁다"며 '재미있는 수업'이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로 7년차인 김 교사도 처음부터 이런 수업을 준비한 것은 아니다.
보통 수업 방식대로 교과서 읽고, 칠판에 필기를 하다보니 학생들이 점차 흥미를 잃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물통, 나무젓가락, 신문지, 털실 등 주변의 재료를 이용해 추상적인 개념과 원리를 보여주는 실험으로 수업을 진행한 것이 4년째다.
대기압을 설명할 때는 나무젓가락을 신문지로 덮고 손으로 내리쳐 젓가락을 부러뜨리는 '차력쇼'도 선보이고, 기화현상은 액체질소에 과자를 담갔다 입에 넣어 코로 수증기를 내뿜는 '용가리 게임'으로 진행했다.
실험 아이디어를 짜내고 소품을 준비하고 미리 실험도 해보려면 수업 시간보다 준비하는 시간이 더 길지만 신기해 하고 즐거워하는 학생들을 보는 것이 김 교사도 즐겁다.
김 교사의 개인 홈페이지 '눈이 즐거운 물리'(
http://www.phys.pe.kr)에서 김 교사의 다양한 수업 아이디어와 신나는 수업 이야기를 엿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