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고등학교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교과의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에서 석차와 원점수가 제외되고 서술식 기재가 추가되는 등 평가방식이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이는 객관적 측정이나 서열화가 어려운 예체능 교과의 평가방법을 개선해 학습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지만 해당과목 교사들이 "사실상 내신을 제외하려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0일 교육인적자원부가 한국교육개발원에 연구 의뢰해 마련한 '중등학교 체육ㆍ예술교과 학교생활기록부 기록방식 개선안'에 따르면 예체능 교과 평가방식은 3단계 절대평가에 서술식 기재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이번 개선안은 지난 8일 열린 토론회에서 공개됐으며 교육부는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수렴해 조만간 최종안을 확정ㆍ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중학교의 경우 현재 학생부에 전교 석차와 수ㆍ우ㆍ미ㆍ양ㆍ가 5등급(절대평가)으로 기재하던 것이 앞으로는 석차를 제외하고 우수, 보통, 미흡의 3등급(절대평가)으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교과별로 특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기재하게 돼 있는 서술식 기재는 등급의 의미를 보완할 수 있도록 교과적성, 노력정도, 성취수준, 개선정도, 학습태도 등을 충실히 기술하는 방식으로 한층 강화된다.
고등학교는 원점수ㆍ과목평균(표준편차)이 학생부에서 삭제되고 등급은 현재 9등급 상대평가에서 우수, 보통, 미흡 등 3단계 절대평가로 바뀌게 된다.
서술식 기재 역시 중학교와 마찬가지로 등급의 의미를 보완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재 방식이 한층 강화된다.
이처럼 학생부 기록방식을 바꾸는 것은 그동안 예체능 과목에 대해 주관성이 강하고 학습결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특성을 감안, 평가방법을 일반교과와 다르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예체능 교과까지 석차를 매김으로 인해 학습부담을 늘리고 예체능 사교육까지 키운다는 비판도 종종 있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개선안이 시행될 경우 ▲ 지나친 경쟁과 서열화가 완화되고 ▲ 등급 부여에 교사의 자율성을 허용함으로써 평가권이 보장되며 ▲ 교사의 평가부담, 학생의 학습부담이 감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를 담당한 정택희 교육통계ㆍ평가연구본부장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수단이 되는 기록방식이 아니라 예체능 교육의 내실화를 지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체능 교사와 관련학과 교수들은 "예체능 교과를 사실상 내신에서 제외하려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홍수 한국교원대 음악교육과 교수는 "'내신제외'라는 정해진 결과를 향해 짜맞춘 연구임이 분명하다. 중등교육에서 평가의 부정은 교과의 부정을 뜻하며 내신 제외는 교과의 붕괴를 초래한다. 학생들은 예체능을 휴식과 오락의 교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박만용 체육음악미술교육 정상화 공동대책위원회 사무장(부천역곡중 미술교사)은 "왜 국영수 잘하는 학생은 보상받고 예체능 잘하는 학생은 차별받아야 하느냐"며 "개선안은 예체능 교과를 황폐화시키고 공교육을 입시과목 위주로 변질시키는 개악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김양옥 초중등교육정책과장은 "예체능 성적을 내신에 반영할 것인지 여부는 대학에서 정하는 것이며 현재 입시에 예체능을 반영하는 대학도 10여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개선안이 내신을 제외하는 조치라고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