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일부 국가・지자체 일반회계 보장 방안 마련 필요
학교신설비용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부담시키는 방안 강구
교육세 고등교육세로 개편, 결손분 내국세 일정률 보전해야
사립학교 BTL 사업 추진 등 결함보조재원 별도 확보 필요 건국 이후 지금까지 교육재정이 풍족했던 적은 없었다. 교육재정은 항상 부족했고, 현재도 교육재정은 심각한 상태에 있다. 정부는 교육재정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3년 내지 5년 단위로 교육재정 확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지만, 여전히 교육재정은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중의 난제로 남아 있다. 교육재정 부족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첫째, 인건비가 운영비와 시설비를 잠식하는 교육재정 구조에 원인이 있다. 1949년 교육법 이후로 교육재정 관계법에 반영된 원칙중의 하나는 의무교육기관 교원의 인건비 전액과 공립 중등교원 인건비의 반액은 국가가 책임지되, 다른 경비와 분리하여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교원인건비를 분리하여 지원한 것은 경직성 경비인 인건비에 의해 운영비와 시설비가 잠식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런데 1982년 교육세 징수를 계기로 의무교원 봉급교부금중 ‘제(諸)수당 포함’이라는 단서규정을 ‘봉급 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수당 포함’으로 바꾸면서 문제가 노출되었다. 예산당국이 본봉을 인상하기보다는 봉급액과 무관한 정액수당을 집중적으로 신설 또는 인상하여 교육재정은 인건비에 의한 운영비와 시설비 잠식을 초래하였다.
게다가 1990년 말 교육세를 영구세로 개편하고 세원을 확충하면서 중등교원 봉급 반액마저 삭감하게 되어 봉급교부금에 의한 인건비 충당 비율은 급격히 낮아지게 되었다. 교육팽창이 초등단계에서 중등단계로 이행되면서 중등교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상황에서 중등교원 봉급교부금마저 폐지되어 교육재정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 과대규모학교와 과밀학급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교원 수를 대폭 증원하게 되자 인건비 증가율이 교육재정 증가율을 앞지르는 경우가 많았고, 교원 처우개선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기하급수적인 교원인건비의 상승을 가져왔다. 이러한 이유로, 일시적으로 교육재정이 늘어나도 불과 2, 3년이 지나면 인건비가 교육재정 증가분을 흡수해버림으로써 다시 교육재정이 부족한 상황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2005년에는 중학교 의무교육을 이유로 의무교육기관 교원 봉급교부금마저 보통교부금에 통합됨으로써 인건비 분리 교부제도는 완전 폐지되었다. 봉급교부금의 폐지는 인건비에 의한 운영비와 시설비 잠식을 방지하는 장치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교원 수가 줄어들거나, 교원 보수 증가가 둔화되는 경우에는 교육재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교원 수 증원요인이 남아 있고, 교원 보수 수준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는 교육재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 <표 1>은 지방교육재정 세입 결산액 대비 인건비 비율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2001년 교육재정 확충으로 인건비 비율이 51%였으나, 매년 인건비 비율이 늘어나 2006년에는 65.1%로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둘째, 타의에 의해 학교신설을 계속해야 하는 교육재정 구조에 원인이 있다. 인구이동에 따른 택지 및 재개발 지역 등에는 학교신설이 필요함에도 개발사업 시행자는 학교용지를 확보하지 않거나 용지비용을 교묘하게 부담하지 않아 왔다.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건설교통부령] 제89조에 의하면, 초등학교는 근린주거구역단위(2000내지 3000세대)로 설치하고 중학교 및 고교는 2개의 근린주거구역단위에 1개의 비율로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학교용지를 확보하지 않기 위하여 시기적으로 분리하여 주택을 공모하거나, 용지는 확보했다 할지라도 법적으로 부담하도록 되어 있는 용지비용을 부담하지 않거나, 정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용지를 학교용지로 지정하여 토목공사비가 용지매입비보다 더 많이 들어가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결과로 학교신설을 교육청이 떠맡아 개발사업자가 옮겨 다님에 따라 여기 저기 따라 다니며 학교를 짓고, 비용을 부담해왔다. ‘학교용지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문제도 있지만, 비용을 발생시킨 자에게 정당한 비용부담 요구를 하지 못한 관계 공무원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설비의 절반 이상이 학교신설비로 지출됨으로써 운영비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학교신설의 대부분은 학급당 학생 수를 낮추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택지 및 재개발사업 추진, 즉 인구의 사회적 이동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2005년부터 BTL 사업을 통해 학교신설을 추진함에 따라 일시적으로 학교신설비가 줄어들고 있으나, 신설학교에 대한 임대료와 운영비 수요가 늘어날 경우 몇 년 지나지 않아 BTL 사업에 따른 학교신설비 부담 완화 효과도 사라질 것이다.
셋째, 불안정한 교육세의 세원구조에 원인이 있다. 1982년부터 징수하기 시작한 교육세는 징수시한 연장과 세원 및 세율 확충 등을 통해 교육환경개선과 교원처우개선에 기여해왔다. 1991년부터 영구세로 전환되었고, 2001년부터 국세 교육세와 지방교육세로 구분 징수되고 있으나, 세원의 불안정으로 매년 수입액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 교육세는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 특별소비세액, 교통·환경·에너지세액, 주세액에 일정비율 부가되며, 지방교육세는 등록세액, 레저세액, 주민세균등할의 세액, 재산세액, 자동차세액, 담배소비세액에 일정 비율 부가되고 있다.
교육세는 교육재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중요한 기능을 해왔으나,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3년 7조9000억 원을 정점으로 매년 2000억 원 이상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교육세가 수입액이 줄어드는 것은 세원이 경기변동에 민감한 특별소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레저세 등에 연동되어 있는데다가,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에 따라 세수가 영향을 받는 주세, 담배소비세 등에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자동차세제의 손질이 불가피하여 교육세 수입이 영향을 받을 것이며, 2009년부터 레저세 부가분 교육세율이 60%에서 40%로 환원될 경우에도 수입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넷째, 사립학교 지원을 위한 별도의 재원이 없다는 데 구조적 원인이 있다. 사립학교법 제43조에 의하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교육의 진흥 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사립학교 교육의 지원을 위하여 보조를 신청한 학교법인 또는 사학지원단체에 대하여 보조금을 교부하거나 기타의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사립학교에 지원되는 필요한 재원은 어디에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결국 사학지원금은 국가에서 지원되는 교부금 재원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사학지원금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립학교에 대한 재정지원은 재정결함보조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어 주로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하였으나, 1996년부터 교육환경개선특별회계에서 교육환경개선사업비와 시설비가 지원되기 시작하여 2005년에는 그 규모가 7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사립학교 건물이 노후화 정도가 심해지고 있으나 학교법인은 건물을 개축할 여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므로 교사개축 수요가 증가할 경우 사학지원비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사학지원비의 증가할수록 공립학교 지원예산은 그만큼 줄어들게 되어 교육재정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재정의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첫째, 인건비의 일부(교직원 인건비 반액 또는 의무교원인건비 전액 등)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일반회계가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방식이로든 인건비가 별도로 확보되지 않는다면, 인건비에 의한 운영비와 시설비 잠식은 막기 어려울 것이다. 봉급교부금제도를 부활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겠으나 과거의 불완전한 봉급교부금제도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둘째, 시·도 교육비특별회계에서 부담해오던 학교신설비용을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부담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2002년 이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기반시설부담에 관한 법률’,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 ‘도시개발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학교신설 비용부담과 관련된 법률이 제·개정됨에 따라 학교신설비용 부담 주체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셋째, 교육세 개편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국세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개편하고 교육세 결손분은 내국세 일정률로 보전하는 방안, 국세 교육세 세원을 보다 안정적인 세원으로 전환하는 방안, 지방교육세를 시·도세 수입액의 일정률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사립학교 지원을 위한 별도의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사립학교에 대한 BTL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재정결함보조를 위한 재원을 별도로 확보하여 보다 안정적으로 사학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교육재정 구조는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개선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계에서 먼저 공론화하고,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고,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역사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시기가 교육재정 구조를 바꾸는 중요한 기회였음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