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입학처장들이 교육부의 입시 방침에 반발, 2일 긴급 회동을 가질 예정이고 서울대와 고려대가 교수들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내신 갈등을 둘러싼 정부-대학간 조율 결과가 초미의 과제로 등장했다.
2일 각 대학에 따르면 2008학년도 입시안을 두고 서울대와 고려대는 교수들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마련했으며 대외적으로 공개할 지 여부를 놓고 신중하게 검토중이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청와대서 열린 전국 152개 대학 총장 간담회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긴급 회장단 회의를 소집, 정부의 대입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서 초안을 마련했으며 현재 발표 여부와 시기를 조율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교수협 회장을 맡고 있는 장호완 교수(지구환경과학)는 "대통령과 교육부총리가 대학 총장들을 모아놓고 망신을 준 것은 묵과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내신 갈등의 '원죄'를 지은 교육부가 오히려 대학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성명서 발표는 미뤄둔 상태지만 이번 갈등의 초점인 사립대 가운데 고려대 교수의회의 결정과 이에 대한 교육부의 반응 등을 지켜보고 발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그 시기는 금주 말 또는 내주 초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수협 관계자는 "서울대 교수협은 학교 공식 의사결정 기구인 대학 평의원회와 달리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임의단체지만 만약 단과대별 대표들로 구성된 교수협 이사회까지 거쳐 성명서가 발표된다면 서울대 교수들의 의견이 수렴된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이미 밝힌 바와 같이 4일 교수의회를 소집해 교육부가 발표한 입시 방침의 수용 여부를 놓고 심도있는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현재 고려대 교수들 간에는 교육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상류 대학의 이기주의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 있어 최종 향배가 주목을 끌고 있다.
교수의회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교수들의 입장을 정리하려는 모임"이라면서도 "언론에서 인식하는 것처럼 굉장히 큰 문제는 아니며 성명서 내용이 논의될 지도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사립대 입학처장들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재단에서 2008학년도 내신 실질반영비율 50%와 입시안 조기발표 등 교육부의 입시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립대 입학처장들은 지난주 사립대 총장들이 재검토를 요구했던 '올해 내신반영비율 50% 확대ㆍ입시안 조기 제출ㆍ기회균등할당제' 등 3개 정부 방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립대 입학처장들의 회동 결과가 서울대와 고려대 등 주요 대학 교수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지난 25일 발표한 올해 내신반영비율 문제 등에 대해 각 대학의 입장과 의견을 충분히 듣고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라며 "빠른 시간내 대학들과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