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숙제였던 사립학교법 재개정안과 로스쿨법 제정안이 6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3일 극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두 법안은 처리에 앞서 막판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통과를 눈앞에 두는 듯 하다 다시 협상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상황이 '외줄 타듯' 이어진 것.
지난달 29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사학법과 로스쿨법을 6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는 '깜짝 발표'를 했지만, 실제로는 두 법안의 연계처리 방식을 둘러싼 시각 차가 여전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날 오전만 해도 "결국 또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얻어갔다.
한나라당은 우선 사학법을 재개정하고 로스쿨법은 교육위까지만 통과시킨 뒤 법사위의 논의에 맡긴다는 입장을, 우리당은 두 법안을 동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립하는 상황이 이날 오전까지 지속됐던 것.
그러자 위기 돌파를 위해 오후 1시부터 3시간 동안의 '마라톤 협상'이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재개됐다. 한나라당 김형오,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뿐 아니라 중도통합민주당 강봉균 원내대표까지 합세한 자리였다.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극적인 합의를 끌어냈다.
이날 본회의에서 사학법 재개정안과 로스쿨법을 처리키로 최종 합의한 것. 한나라당 측이 두 법안의 동시처리는 물론 내용면에서도 우리당 측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사학법 재개정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 측을, 로스쿨법 통과를 위해 안상수 법사위원장을 끈질기게 설득해 '백지 위임'을 얻어냈고, 이를 바탕으로 양보안을 제시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후 3당 원내대표는 오전부터 교육위 전체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던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을 의식, 오후 5시30분께 본회의 직권 상정을 통해 두 법안을 처리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3당 원내대표는 이어 직권상정 요구를 위해 임채정(林采正) 국회의장을 찾아갔으나 이 자리에서 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와 의견을 한 번 더 조율한 뒤 직권상정을 논의하자"며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3당간 합의 이후 2시간 여만에 돌연 소극적 태도로 돌변한 것.
그러자 임 의장도 "3당이 합의해오지 않으면 직권상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고, 김 원내대표와 강 원내대표는 "이렇게 합의를 뒤집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순탄하게 진행중이던 국회 본회의도 의원총회를 재소집해 두 법안에 대한 당론을 확정하겠다는 장 원내대표의 요청에 의해 몇 건의 법안들을 남긴 채 정회됐다.
김 원내대표도 의총을 다시 소집해 "공당이라 할 수 없는 정치집단"이라며 우리당 측을 맹비난했다. 두 법안의 처리 전망이 다시 어두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우리당이 의총을 통해 두 법안의 직권상정 처리 당론을 정하면서 마지막 반전이 일어났다. 3당간 협상에 최종 마침표가 찍힌 것.
우리당 의총에선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찬반 여부를 둘러싸고 2시간이 넘는 격론 끝에 합의 아닌 표결을 통해 직권상정 처리 방침이 확정됐다. 소속 의원들의 연쇄 탈당 속에 분당 위기까지 몰린 우리당이었지만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 반대파 측에서 찬성파 의원들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극심한 내분 양상을 보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김원웅 의원은 의총 직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개혁진영이 마지막까지 분열 행보를 보였다"면서 "이미 당론으로 확정된 것을 다시 바꾸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말했고, 정청래 의원은 "당론과 다르게 행동할 때 징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게 지도부인데, 결국 지도부가 당론을 어겼으니 지도부가 지도부를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당간 직권상정 합의가 이뤄지고 임 의장이 이를 수락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민노당 의원들은 밤 11시께 농성 장소를 교육위에서 본회의장 단상 앞으로 옮겼다. 민노당 당직자 20여 명과 전교조 교사 10여 명도 본회의장 앞에서 구호를 외치며 시위했고 본회의장으로 난입하려던 일부는 경위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본회의 직권상정 방침이 결정된 뒤에도 사학법 재개정안과 로스쿨법의 통과 과정은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회기 종료 30분을 남기고 실무자가 만들어온 사학법 재개정안 수정안이 원래 의도했던 '김형오안'이 아닌 '이은영안'에 대한 수정안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를 다시 바꾸느라 비상이 걸린 것. 실무자의 착오로 3당간 합의가 물거품이 될 뻔 했던 위기였다.
결국 회기 종료 9분전 가까스로 사학법 재개정안에 대한 수정동의안이 직권상정됐고 이용희 국회 부의장은 민노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 속에 단 5분여 만에 두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두번째 안건이었던 사학법 재개정안의 처리 시간은 회기 종료 3분20초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