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4일 내신 반영비율을 연차적으로 확대하는데 합의하면서 일선 학교들은 일단 안도하고 있지만 내신 갈등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버리지 못했다.
각 고교는 기말고사 기간을 맞아 일단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둔 상황에서 이번 갈등이 학생을 볼모로 한 양측의 자존심 대결로 치닫는 것을 경계하고 하루 빨리 매듭지어지길 고대했다.
신목고 3학년 담임인 이은영 교사는 "내신을 무력화하는 것이든 강화하든 일단은 빨리 결정이 나야 학생들이 자신이 진학하고 싶은 대학에 맞춰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혼란을 막기 위해 입시 요강이 신속히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사는 "아직 우려하는 것만큼 큰 혼란은 없지만 학생부 성적에 대한 문의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우선은 학교 수업이 수능과 논술 대비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3학년 1학기까지는 내신에 주력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덕여고의 한 교사도 "학교는 기말고사 기간이라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지만 교사와 학생 모두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라며 "학년 초 발표한 요강에 따라 준비를 해왔는데 도중에 갑자기 흔들려 당황스러우며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하루 빨리 결정짓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관악구 소재 한 고교의 3학년 교사는 "교육부가 명분과 자존심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정부 방침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특목고의 경우 내신 비율 확대에 더욱 민감한 상황이어서 실망감이 더욱 크며 일부 학생은 만약의 경우 국내 대학이 아닌 해외 대학 진학으로 방향을 돌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외고 교사는 "지금 3학년 학생들은 고교 입학 때부터 내신이 강화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온 학생들이기 때문에 조금 면역은 돼 있는 편이지만 3학년 올라오면서 '내신이 조금 약화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가 다시 내신이 강화된다고 하니 다소 실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교사는 "일부 학생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국내 대학으로 진학하지 않고 해외로 나갈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고 교사는 "아직 내신과 관련해 확정된 내용이 없고 지금은 기말고사 기간이라 최근 내신 관련 논란에 대해 학생들은 아직 큰 동요는 없다"며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한 상황인 만큼 우선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