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가 전면 실시 된지 8년째에 접어들었다. 과제 및 채점기준 개발, 시간과 비용 등 평가 시행과 관련한 문제, 타당도 신뢰도 등 측정학적 준거를 충족하기 어렵거나 수행과제의 일반화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점수들 간 비교가 어렵다는 등 초기의 불만과 비난은 이제 정착기를 거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일까. 김경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논문 ‘수행평가 질 관리의 실제적 이슈와 과제’에서 시행 8년이 지난 지금도 ‘수행평가에 대한 개념적 혼돈과 오해’가 여전하다고 밝히고 있다.
“과정 지향적이라는 뜻은 과제를 통해 학생 사고과정・전략 평가의 가능 의미”
수행평가는 형성평가?=이는 수행평가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행평가에서 수행(performance)은 ‘수행에 기반된(performance-based)’ 또는 ‘수행과 산출(performance-and-product)’을 포함하는 것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통해 과제를 수행하고 산출물을 내는 학생들의 능력을 강조하는 용어다. 따라서 수행평가 과제에 따라 학생들의 수행과정을 직접 관찰할 수도 있고 산출물을 통해서 문제해굘 과정과 전략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수행평가가 과정 지향적이라는 것은 결과에 대한 평가보다 과정을 중시한다는 의미보다는 과제를 통해 드러나는 학생의 사고과정과 전략을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채점기준 없는 수행과제는 수업자료일 뿐 수행과정, 결과판단 전 구체적 기준 정해야”
선택형 문항 평가가 아니면 모두 수행평가?=도입이후 끊임없는 논란이 되어 온 문제의 하나가 수행평가의 방법이다. 선택형 문항에 의한 평가가 아니면 모두 수행평가 방법인 것처럼 인식하거나 수행평가 범주에 단답형 문항을 제외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오류는 2005년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에 관한 규칙・지침‘이 제・개정되면서 수행평가 범주 오류에 대한 부분이 일부 삭제되기는 했지만 시도교육청의 문서나 지침 등에서 제시하고 있는 평가방법에는 여전히 오류가 드러난다.
예를 들면, 서울시의 ’학업성적 관리 종합방안‘에서는 수행평가와 서술・논술형 평가에 대해 각기 다른 규정을 주고 있으나 ‘중학교 학업성적 관리 시행지침’(2007 개정판)에서는 수행평가의 하나의 방법으로 서술・논술형 평가를 도입(제12조⑤)할 것을 명시화하고 있다. 그러나 ‘2007학년도 중등 장학 계획’에서는 교과학습 평가를 크게 지필평가 및 수행평가로 구분하고, 서술・논술형 평가 반영 비율을 50% 이상으로 권유하고 있어 학교 현장에서는 수행평가, 지필평가, 서술・논술형 평가의 개념에 대해 혼동할 수밖에 없다. 실제 대부분의 교과에서 교사들은 서술・논술형을 유용한 수행평가 방법으로 인지하고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필평가, 서술・논술형 평가가 수행평가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학습자의 수행과정이나 결과를 판단하기 전에 미리 구체화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채점기준이 없는 수행과제는 수업자료에 불과하다. 신문 활용 교육, 실험, 현장실습, 견학 등 학생의 활동 중심 수업이 수행평가로 지칭되기도 하지만, 이런 활동이 수행평가로 활용되려면 학생의 능력이나 기술을 측정할 수 있는 채점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