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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영재 발굴·육성만이 글로벌 경쟁 살아남는 길

① 영재교육 어디로 가야 하나

영재교육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지만, 이에 맞추어 새로운 영재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큰 과제이고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현안인 영재교육. 영재교육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6회에 걸쳐 한국, 미국, 이스라엘 학자의 입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타고난 영재 25%는 아예 발굴되지도 못한 채 사라져
또래 아동과 학습특성 달라 보편교육에 잘 적응 못해

창의적 사고력 개발, 정의적 ‘자아’ 대한 관심 확대를
선진 외국사례 접목 등 영재교육 이론연구 강화 필요



사례에 비추어 본 영재교육의 현주소=미적분 수학 문제를 술술 풀고, 영어 듣고 이해하기가 생활인 7살짜리 아이가 검정고시를 통해 초등학교를 건너뛰고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을까요? 우리 교육제도 아래선 불가능합니다. 아이의 부모가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부모는 검정고시를 보게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얘가 지금 초등학교 들어가서 곰 한 마리, 곰 두 마리 세고 있어야 되니까, 애한테는 고문일 수 있죠.” 하지만 교육당국은 의무교육을 들며 만 12세 이전의 검정고시는 불가능하다는 답만 되풀이합니다.

무심히 지나쳐 버릴 수도 있는 이 짧은 글은 한국 영재교육 현주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영재들은 이러한 이야기의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 영재의 특성은 조속성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조속성은 신체적인 연령에 비해 다양한 지적·창의적 특성이 수년 이상 빨리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관념에 의하면 신체연령에 따른 정신연령이 정상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이탈될 때 문제아로 또는 부적응아로 보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바로 영재교육의 큰 장벽이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영재교육의 가능성 여부가 결정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인식이 최근 조금은 바뀌고 있지만 근본적인 제도와 실제에서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이에 대비되는 한 예를 외국의 경우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10살 때 대학에 입학해 9년 동안 학부와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마친 올해 19살짜리 소년이 아칸소대학에서 물리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존 카터로 4살 때 읽고 쓰는 것을 익혔으며, 9살 때 대학 기초수학과정을 모두 이수했다. 카터의 부모는 카터가 10세가 되는 해에 핵물리학자 그레그 베일에게 보내 배우도록 했으며 초등학교 4학년 나이에 대학생이 된 카터는 학교당국으로부터 정상적인 나이의 학생에 비해 훨씬 더 우수한 학생으로 인정받았다. 카터는 미주리주 네오쇼에 있는 크라우더 칼리지에서 올 여름학기부터 교수로 일할 예정이다.

존 카터의 삶의 성장 과정을 보고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생각해야 하는가? ‘9살 때 기초 수학과정을 모두 이수,’ 이 또한 일반적인 교육현장에서 볼 수 있는 일인가? ‘10세에 그레그 베릴에게 보내 배우도록’하였다는 것은 이 아이만을 위한 특별한 교육환경을 제공하였다는 의미다. ‘19세에 대학교수 임용 계획’은 개인의 자아실현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집단에의 기여가 아닌가? 존 카터가 경험한 영재교육이 우리에게도 가능한가?

앞에서 살펴본 두 가지 사례에 의해 영재의 학습과 성장과정을 비교해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나간 뉴스거리 정도로 우리의 뇌리를 스쳐간 많은 한국적 사건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겠다.

한 아이가 갖는 영재성은 유전적 특성도 있지만 교육적 환경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터먼 교수는 1920년경에 지능지수 135이상의 11세 영재 1500명을 3년간 추적 연구했다. 결론적으로, 지능 자체가 한 사람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으며, 교육환경에 따라 성취를 하거나 실패할 수 있음을 연구 결과에서 보여주었다. 러시아 학자 바바에바는 타고난 영재의 25%는 아예 발굴되지도 못한 채 사라진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영재는 또래의 보통 아동과는 학습특성이 매우 다르다. 따라서 보편적인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으로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없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와 영재교육=21세기는 국민의 지식·정보 창출 능력이 국가의 존립까지도 결정할 수 있는 지식·정보시대이다. 영재들의 가능성을 사장시키지만 않아도 우리 사회의 정보 창출 능력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영재교육을 남의 일로 방치해야만 하느냐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재교육은 진공 상태에서 논의될 수 없고 시대적·상황적으로 그 강조점이 달라질 수 있다. 분명히 21세기는 20세기와 질적 차이가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실제로 체감하고 있다. 21세기는 자유시장체제와 민주주의가 더욱 활성화되어 가고 있다. 자유 시장 체제에서는 탈 표준화가 요청되면서 동질화보다 개성의 차이를 존중하고 격려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틀에 박힌 사고가 지배했던 상황과는 달리, 당연시되었던 사회 통념에 대해 일단 회의하며 기존의 방식을 끊임없이 개혁하면서 창의적으로 사고할 것이 요구된다.

결국 21세기는 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해야만 개인과 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시대라고 보겠다. 이러한 지식·정보사회로의 사회구조 변화는 이미 지구촌에 있는 모든 현상들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사회적 인식 틀의 재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영재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긴 역사를 갖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오늘 우리는 영재교육의 초점을 사회구조가 요구하는 창의력에 두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영재교육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방향=영재교육역시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우선 순기능을 보면 지식정보사회에 필요한 뛰어난 두뇌 개발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점이다. 이런 배경에서 교육의 수월성 접근이 출현했다. 수월성은 평준화의 반대 개념으로 파악되기도 하나 이보다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교육적 접근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영재교육은 국가 경쟁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으로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기회를 확대해 주었다.

그러나 자유시장체제의 경쟁 논리를 교육에 무분별하게 적용시킴으로써 학생들을 지나친 경쟁 속에서 키우게 된다는 역기능을 갖는다. 사교육이 비대해져 있는 뒤틀린 교육 현실에서 극소수 영재만을 배려하는 교육정책은 자칫 개인과외·학원교육의 광풍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수월성 교육의 순기능을 극대화하면서 역기능을 극소화하는 방향으로 영재교육의 발전 모델을 정립해야만 한다. 교육의 수월성을 확보하고 영재를 발굴·육성하는 것만이 국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논의한 바와 같이 현 시점에서 볼 때 영재교육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영재교육의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인간의 사고력을 개발하는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인간이 무엇을 어떠한 방식으로 생각하느냐 하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행동 특성 영역이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사고력을 개발하는 교육이 가장 중요한 교육활동이라 할 수 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보며 통찰력을 갖도록 하는 사고력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고차원 사고능력, 가치교육, 사회 드라마 같은 활동을 통해서 미래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교육활동을 포함한다.

둘째, 정의적 행동 특성, 좁게는 ‘자아’에 대한 관심을 확대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자아 개념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물어야 될 인간 존재의 기본적 질문이다. 지금까지 영재교육이라는 이름 하의 활동을 보면 지적 능력에는 관심을 두었으나 정의적 영역은 거의 도외시했다. 여기에 우리 영재교육이 갖는 문제의 한 측면이 드러나 있다. 인간 발달은 종합적이고 다원적인 모습으로 형성될 필요가 있다. 인간발달을 위한 종합적·다원적 활동은 자아개념, 정체성, 가치 명료화, 역할 적응, 가치 판단력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특성을 내포할 수 있다.

셋째, 창의적 특성에 대한 관심으로 현재의 틀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각과 자신만의 고유한 도전적이며 독창적인 사고에 주목해야 한다. 미래 사회는 정보사회 혹은 기호사회라 칭한다. 정보와 기호를 처리하는 것은 고도의 창의력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다루어질 내용은 브레인스토밍, 창의적 문제해결력, 고차원적 사고력 등을 포함한다.

끝으로 영재교육을 위한 다양한 접근은 한국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교육활동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과 연구를 병행함으로써 이론적 검증을 통하여 교육 실천을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영재교육 현황을 보면 이론적이고 경험적인 연구에 기반하기보다는 무작위적인 교육활동에 많은 시간과 비용과 노력이 소요되고 있는 듯하다. 이 같은 문제점을 직시하면서 영재교육 분야에 관련된 이론 연구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영재교육의 우수성을 인정할만한 다양한 외국 사례를 한국의 교육 상황에 접목시키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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