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자 ‘타임즈 교육판 부록(Times Educational Supplement)'은 “사범대를 위협하는 학교현장 교사 양성”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0년 동안 시행해 왔던 ’학교현장 교사양성‘ 프로그램의 성과와 문제점을 진단했다.
‘학교현장 교사양성’ 프로그램(컨소시아)은 1997년에 시작됐으며 만성적 교사 구인난을 겪고 있는 도심지 취약지구의 학교나, 수학이나 과학 같은 교과목의 교사 부족분을 빠른 시일 안에 완화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교육기관 평가기관인 ‘교육표준청' 의 지난 3월 평가에서, 교육대학원들의 80% 이상이 ‘대단히 만족’ 또는 ‘만족’의 수준으로 평가된 반면, ‘컨소시아’의 여섯 개중 한 개는 ‘낙제’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소시아’가 사범대를 위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수생들에게 연간 1만 4000파운드(약 2800만원)의 수당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교육대학원생이 받고 있는 연간 수당 6500파운드(약 1300 만원)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다.
영국에서 교직의 통로는 교육대학원이며, 대학을 졸업한 자에게만 지원 자격이 있다. 이러한 전통이 90년대부터 바뀌기 시작해, 2006년 현재 전체 교사자격증 취득자 4만 명 중 교육대학원 졸업자는 2만6000명, 교육대(교육학사 과정) 과정은 8000명, ‘컨소시아’에서 약 6000명이 배출됐다.
‘컨소시아’는 '현장실습중심‘이라는 영국의 특이한 교사 양성제도에 기인한다. 영국의 정교사 자격증 취득에는 2년이 걸리며, 이중에 1년은 교육대학원에서, 1년은 취업한 학교에서 ’신임교사연수(Initial Teacher Training)'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교육대학원에서의 1년 역시도 전체 36주 과정에서 32주가 학교 현장 실습이다. 따라서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학교의 교무부장이 교사 양성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교육대학원은 교사 양성과정 학생 한 명을 모집하면 교육부로부터,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전국 평균 약 7000파운드(약 1400만원)의 ‘교사양성비’ 지원을 받는다. 그리고 이 지원금 중의 일부를 현장실습을 의뢰한 학교에 건네준다. 그리고 양성과정에 입학한 학생은 교육부로부터 연간 약 7000파운드의 생활보조비를 받는다. 따라서 교육부가 지출하는 교사 한 명 양성비는 연간 2800만원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90년대 말부터 학교들이 서너 개가 모여 ‘협력체제(컨소시아)’를 구성하고 자신들이 직접 교사양성과정 지원자를 모집하고, 교육부로부터 직접 ‘교사양성비’ 2800 만원을 타내게 된다. 그리고 그 지원금 중에 일부를 교육대학원에 지불하고 대학에서 일정한 코스를 구매하여 자신들이 모집한 학생들을 보낸다. 그리고 학교는 이렇게 모집한 지원자들에게 연간 2800만원이라는 ‘보수’를 지불한다. 초임교사의 연봉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학교 입장에서 보면 교생실습을 잘 이용하여 보조교사의 비용을 아낀다든가 하여 잘 운영하면 ‘짭짤한 수입’ 이 될 수 있고, 또한 교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 또는 학과에서는 ‘키워서’ 채용할 수가 있다. 교육부 입장에서도 교육대학원을 통하나 학교를 통하나 나가는 돈은 같고 그다지 손해 볼 것이 없다.
따라서 교육부나 학교입장에서 보면 서로가 수혜를 보게 되는 셈이지만, 교육대학원 입장에서 보면 하소연 할 곳도 없이 ‘속앓이’를 하게 된다. 전국 교육대학원 협의회장 제임스 로져 씨는 “기존의 루트로서는 교직에 들어 올 수 없는 사람들을 유인한다는 점에서 ‘컨소시아’를 반대할 의사는 없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은 질 좋은 교육대학원을 고사시킬 위험을 가지고 있다”라고 의견을 피력하면서 “교육대학원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시장 (지원자의 유형)을 개척할 필요는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컨소시아’ 에 기름을 부은 것이 2002년에 시작한 ‘Teach First' 라는 회사의 출현이다. 이것은 미국의 ’Teach for America'라는 취약지구 유능교사 양성파견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반관반민 비영리 교사양성 지원자 리쿠르트 회사이다.
이것이 서른 전후의 회계사, 법률가, 마네지먼트와 같은 젊은 전문가들에게 구미가 당기는 이유는, 만약 이들이 교직으로 전환하여, 경영기술의 두각을 나타내면 마흔을 전후해서 연봉 2억 원 정도의 교장 자리도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한 배경에는, 영국의 학교들은 단위학교 책임경영체제로 되어 있으며, 교장을 포함한 교사들은 각 학교가 공개 채용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교직을 통해 2~30년의 교사 경력을 통해 교장 채용 공모에 응모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이지만 현재의 구조에서 학교들은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여 있고, 또한 법인체로서 교장들은 탁월한 조직 경영의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만약 이와 같은 전문가들이 단기간의 코스를 거쳐 교사로서 전직을 하고, 일반 교사들이 학교 안에서 습득할 수 없는 ‘전문적인 경영 능력’을 발휘하여 어려운 학교를 회생시킨다면, 2억 원짜리 교장 자리는 바로 눈앞에 나타나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