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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조직·협력적 지도력 등 ‘부드러운 지능’ 개발 노력

② 미국: 영재와 재능에 대한 새로운 개념

영재성은 ‘높은 성취’와 ‘창의・생산적’ 두 가지로 구분
지식 생산자, 생각 재건자인 ‘창의・생산적’ 영재 중시

정규 학교에서 간과돼온 영재교육에 다시 관심 일어
감정 이입·긍정적 사고 등 상호-인지적 요소에 초점



영재 개념의 변화=1972년 미국 연방 교육부는 영재에 대한 확장된 정의를 제시하였으며, 이 정의에 근거해 대부분의 주(州)교육부가 영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연방 교육부는 영재 개념을 구체적 영역으로 구분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영재란 높은 수준의 성취에 도달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전문적인 검증을 통해 판별된 아동을 의미한다. 영재 아동이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개발하도록 정규 학교 프로그램 이외의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영재는 △일반 지적 능력 △특수 학문 적성 △창의적·생산적 사고 △지도력, 시각 및 공연 예술 △정신운동능력 등 잠재력을 보유하거나 높은 성취를 나타낸다.

최근 연방 교육부의 영재교육 정의에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우선, 체육 특기생을 지원하는 지역구가 많기 때문에 정신운동능력을 영재교육 영역에서 제외했다. 또한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개발하기 위해”란 문구를 삭제했는데, 이로 인해 영재교육 목적이 흔들리고 있다. 나아가 영재에 대한 일관성 있는 정의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특정 학문 적성과 시각·공연 예술 영역은 성취와 완성도를 뚜렷이 목격할 수 있는데 비해 다른 세 가지 영역, 즉 일반 지적 능력, 창의성, 지도력은 현저하거나 탁월한 성취로 이어질지가 불분명한 인지 영역이다.



‘무엇이 영재성을 만드는 가’ 라는 해묵은 주제는 오랜 동안 논란이 되고 있다. 초기에는 주로 지능에 초점을 두었으나, 최근에는 인간의 잠재 능력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심화시키고 있다.

첫째, 지능은 단일한 개념이 아니라 여러 가지 종류의 지능이 존재하므로 단 하나의 정의만으로는 인간 능력의 복잡한 개념을 설명할 수 없다. 지능 이론이 혼란스럽고 결론나지 않은 상태이지만, 적어도 지적 행동 특성은 문화적 맥락과 상황 요인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은 틀림없다.

둘째, IQ 점수로 지능을 파악하는 관행은 피해야 한다. 미국에서 가장 초기의 영재성 연구자였던 Louis Terman조차도 검사에 대한 맹신을 경고했다. “주어진 척도에 의한 지능 검사 점수만으로 지능을 정의 내려서는 안 된다.” E. L. Thorndike도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면서 다양한 지적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을 측정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은 지금까지 지적 구조에 대해 밝혀진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셋째, 영재성은 ‘높은 성취 영재성’과 ‘창의-생산적 영재성’으로 구분된다. 두 유형이 모두 중요하며 상호작용한다. 높은 성취 영재는 시험 영재, 학과 이해 영재라고도 불린다. IQ 검사나 그 밖의 인지 능력 검사를 통해 쉽게 측정할 수 있으며, 이 점 때문에 특별 프로그램 대상자 선발에 가장 많이 채택되는 영재 유형이다. IQ 검사나 적성 검사에서 측정하는 능력은 전통적인 학교의 학습 상황에서 가장 중시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IQ 검사나 기타 인지능력 검사 점수가 높은 학생들이 학교 성적도 높으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성취 수준이 높은 영재는 표준화된 측정 기술로 판별하고 등급화 할 수 있다. 따라서 정규 교육과정을 속진 및 심화 학습할 수 있는 학생들에게는 그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교육과정 압축, 심화 학습자를 위한 월반, 속진 수업 등이 성취 수준의 개인차를 존중하는 방법이다.

창의・생산적 영재는 청중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독창적인 재료와 작품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활동 및 참여와 관련된다. 창의・생산적인 영재를 장려하도록 설계된 학습 상황은 정보(내용)의 활용·적용, 종합·귀납·문제해결적 사고 과정을 강조한다. 미리 짜인 수업을 받아들이는 학생의 역할로부터 지식을 발견하는 탐구자로 전환된다. 이러한 접근은 주로 성취 영재를 개발하는 연역 학습, 구조화된 사고 훈련, 정보의 습득·저장·재생을 강조하는 학습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창의‐생산적 영재는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관련되고 적절한 도전 수준의 탐구 활동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문제나 탐구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한다.

창의・생산적 영재를 왜 중요시하며, 전통적으로 학생을 검사 점수로 선발하는 비교적 간편한 접근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해답은 단순하면서도 자명하다. 우리의 역사에서 진정으로 영재성을 발휘한 개인들은 하나같이 창의적·생산적이었으며 지식의 소비자라기보다는 지식의 생산자, 인간의 모든 활동에서 생각의 재건 자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IQ 점수가 높거나 학과목 이해도가 뛰어나다고 해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는 없다.





인간 잠재력의 개념을 확장해 영재에 대한 세 고리 개념이 개발되었으며, 현재 미국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정의이다. 단 하나의 준거로 영재성을 결정할 수 없기는 하지만, 독특한 수행과 창의적 기여로 인정받은 사람들에게는 한 세트로 얽혀 있는 세 고리의 특성군이 있다. 세 고리의 특성군은 평균 이상의 능력(최상위권일 필요는 없지만), 과업 집착력, 창의성으로 구성된다. 여기에서 어느 한가지의 특성군이 영재성을 만들지 않는다. 각각의 특성군이 영재성의 개발과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세 고리 특성군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창의적·생산적 성취를 이끌어낸다. 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영재성을 판별하는 과정에서 우세한 인지 능력을 과대평가해 다른 2개의 특성군을 간과하는 오류를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 평균 이상의 능력이란 일반적이고 특수한 능력 모두를 가리키며, 평균 이상이란 중간 수준 이상의 잠재 능력으로 해석해야 한다. 대체로 상위 15~20%에 해당하는 수행 능력 또는 잠재력을 보유한 사람을 가리킨다. 일반 능력은 정보 처리, 새로운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경험의 통합, 추상적 사고력 등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언어·수리적 추론, 공간 관계, 기억, 어휘 유창성 등이 있다. 이 능력은 보통 일반 적성·지능검사로 측정하며 전통적 학습상황에 널리 적용된다. 특수 능력은 특수 전문 분야나 한정된 범위 내에서 지식·기술을 습득하고 성취하는 능력으로서, 인간이 실제 생활에서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즉, 시험을 통하지 않는)을 대표한다. 예를 들어, 화학, 발레, 수학, 음악 작곡, 조각, 사진 등이 있고 좀 더 세부적인 영역으로 나뉜다(예: 초상 사진술, 천체 사진술, 뉴스 보도 사진 등). 수학·화학의 특수 능력은 일반 능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지능·적성 검사나 성취도 검사로 측정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특수능력은 수행 평가를 통해 알 수 있다.

▶ 과제 집착력이란 문제 해결이나 구체적 수행에서 장시간 전적으로 몰입하는 에너지 자체를 말한다. 흔히 인내, 끈기, 근면, 헌신, 자신감, 효능감 등으로 표현된다. 독창적이고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문제 인식 능력 이외에 공통적으로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참여했다. “12세 이상의 영재들은 보통 또래 아동들이 매주 TV를 보는 데 소비한 시간을 자신의 특기를 개발하는데 사용”한다. 학문적 능력(전통적인 시험 성적으로 측정되는)은 창의·생산적 성취와는 상관관계가 낮은데 비해, 과제 집착과 같은 비주지적 요인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 영재의 세 번째 특성군은 창의성이라는 일반적 표제로 묶을 수 있다. 그러나 창의성 검사와 실질적 성취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한다. 창의적 사고력 검사가 실제로 ‘진짜’ 창의성을 측정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창의성 검사에 내재된 한계를 고려하면서 창의성을 측정하는 대안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창의적인 인간의 특성보다는 창의적 결과물을 분석하여 창의적 잠재성을 예측하거나, 창의적 성취를 이룬 학생의 자기 보고서를 활용한다. 창의성이 영재의 특성이기는 하지만, 창의성을 측정하기 위해 설계된 검사 도구를 활용하고 해석하는 데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상과 같이 영재란 세 고리의 기본적인 인간 특성군, 즉 평균 이상의 능력, 과제 집착력, 창의성 사이의 상호작용을 반영하는 행동으로 구성된다. 영재는 이러한 일련의 특성군을 보유하거나 개발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통해 인간 성취의 가치로운 영역에 적용시켜 나간다. 세 고리 특성군의 상호작용을 개발할 수 있거나 보여주는 개인에게는 정규 수업 프로그램 이외의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미국 영재교육의 변화 방향=그 동안 정규 학교에서 간과되어온 영재교육에 다시 관심이 일고 있다. 이에 맞추어 영재 판별과 프로그램에 대해 다양한 연구와 혁신적인 이론이 출현하고 있으며, 다원적인 사회 가치와 여러 하위문화 속에서 이론의 해석을 둘러싼 긴장과 도전이 제기되고 있다.

영재에 대한 확고한 이론적 결론을 내릴 때까지 장래가 유망한 어린이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업을 미룰 수는 없다. 영재교육의 필요성과 기회가 매일 매일의 교실 수업에 끊임없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Amold Gesell를 인용하고자 한다: “오늘날 어린이의 정신세계에 대한 지식은 15세기의 세계 지도와 같다. 진리와 오류가 섞여 있고 탐험되지 못한 영역이 무수히 남아 있다. 견고하게 믿을만한 사실들로 이루어진 많은 섬이 대륙에 조합되지 않은 채 흩어져 있다."

최근 인간의 잠재성에 대한 새로운 이론과 연구가 결합되면서, 영재 판별과 교육의 유연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사들은 학습자의 다양한 강점, 관심, 학습 유형, 표현 양식을 반영하는 개별화된 수업접근을 개발하고 교육 자료를 조화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 영재교육에서는 전통적인 속진·심화 과정보다는 창의성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더 나아가 정보화시대에 학습자를 준비시키기보다는, 개념적 성장, 확장된 예술성, 감정이입·긍정적 사고·용기·변화 주도력과 같은 상호-인지적(co-cognitive) 요소로 초점을 전환해 나갈 전망이다. 소위 '부드러운 지능(soft intelligences)', 다시 말해 조직·협력적 지도력, 대인 관계·정의적 능력, 사회·환경적 관심 등을 판별하고 교육할 수 있는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재 개념의 정의는 그로부터 영향 받는 개인에게 적절해야 하므로 교육적 관점을 가장 중요시할 것을 필자는 제안한다. 또한 영재 개념의 정의에 따른 기초연구 및 추후 타당성 검증을 통해 경제적·실제적이며 타당한 실천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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