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여대생이 시력교정 수술을 받으면서까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22세를 갓 넘긴 베이징 대학 여대생이 원서를 내면서 나이가 많음을 걱정한 직업은?', '베이징의 정보관련 직장에서 컴퓨터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월수입 2,000위엔(한화 약 24만원)인 청년이 직업을 그만두면서까지 택한 새로운 일은?'
이러한 질문을 접하면서 과연 어떤 직업이 중국의 여성들 그리고 젊은 청년들에게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혹자는 최근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공무원'이 아닐까 생각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직업임을 고려하여 '스튜어디스'라고 대답을 하게 될 이 직업은 바로 중국 인민해방군의 일반 사병이다.
중국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금년 11월 초 베이징에서만 1만 6천여 명의 젊은이들이 군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를 받고 있으며, 그 가운데 대학생 지원자들이 1,500명을 초과했다고 한다. 이는 작년에 300여명의 대학생들이 사병으로 지원한 것에 비하면 5배가 넘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중국에서는 대학생들이 중국군 사병으로 지원하는 것이 커다란 유행이 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의무병제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모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이다. 때문에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인들은 모두 자원해서 입대한 군인들이다. 과거부터 중국에서는 군인에 대한 대우가 비교적 좋은 편이기 때문에 젊은 남자들은 경제적인 이유에서 사병으로 군에 입대를 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70년대에는 초등학생, 80년대에는 중학생, 90년대에는 고등학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거 중국 인민해방군 사병들의 학력은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면서 이러한 사정이 반전되어 중국군 사병의 학력이 전문대학생 이상으로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 물론 사병 가운데 대학생은 아직까지는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최근의 경향을 감안한다면 머지않아 중국군 사병도 대부분 대학생들로 채워지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베이징대학(北京大學)을 비롯한 명문대학의 유수한 인재들이 군 간부도 아닌 사병으로 자원하여 군 복무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중국 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은 현재 중국 정부에 의해 대대적으로 선전되고 있는 베이징 대학 재학 중이던 2005년 11월 전략유도탄 부대 사병으로 자원하여 군복무를 하고 있는 '까오밍(高明)'이 있다. 그는 깐수성(甘肅省) 작은 현(縣)의 문과수석으로 베이징대학의 경영대학원(光華管理學院)에 입학한 재원으로 대학교 3학년 때 돌연 사병으로 군에 입대하여 베이징 대학 출신 사병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까오밍은 군에 입대한 이후 열심히 노력을 하여 군에서도 인정을 받으면서 베이징 대학의 자랑거리이자 중국 인민해방군의 모범 군인으로 떠올랐다. 물론 까오밍의 이러한 영웅담은 중국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담긴 정치 선전에 의해 부풀려진 감은 있지만, 어쨌든 중국에서도 이제는 대학생들이 자원해서 군에 입대를 하고 있으며 그중 명문대학 출신들도 적지 않음을 증명하는 한 예로 중국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럼 왜 최근 들어 대학생들이 중국 인민해방군의 장교도 아닌 사병으로 줄줄이 입대를 하고 있는가? 이는 최근 중국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는 대학생들의 군 입대를 위한 유인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 중국군의 중점 목표는 군의 현대화이다. 군사력과 관련한 일체의 현대화를 의미하는 군 현대화는 군 장교 양성기관에서 이루어지는 군 장교 교육으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중국군 당국의 해석이다. 따라서 군 현대화에 의해 새로 도입되는 현대화된 최첨단 장비를 능숙하게 사용하고, 다룰 수 있기 위해서는 고학력의 유능한 인재들을 사병으로 이용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중국군 당국은 고급 기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학생들을 모집할 계획을 세우고 2001년부터 대학생들을 유인하는 정책을 추진하여왔다. 하지만 초기에는 힘든 군대 생활을 두려워한 대학생들이 별로 지원을 하지 않았으나 이후 대학생 사병들에 대한 혜택이 늘어나면서 군에 입대하여 2년 간 군복무를 하려는 대학생 자원자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대학생들이 사병으로 입대할 경우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혜택은 군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도시의 대학들이 군과 협력을 맺고 실시하는 것으로 각 지역별로 약간씩의 차이는 있으나 대학생들에게는 커다란 매력이 되고 있다.
2005년 베이징시를 예로 들면 베이징시 교육위원회에서는 군에 지원하는 베이징 소재 대학의 학생들에게 매년 1만위엔(한화 약 120만원 )의 재정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베이징대학(北京大學), 칭화대학(淸華大學) 등 유수한 대학들이 몰려 있는 하이뎬취(海淀區) 구(區)정부에서는 1만위엔의 시에서 지원하는 재정보조금 이외에도 대학생이 군 제대 후 대학에 복학하였을 때 가정형편이 어려울 경우 학교에서 학비를 감면해주도록 하며, 군 생활 중에 공을 세우거나 근무성적이 좋은 대학생의 경우에는 학비의 일부분 또는 전액을 감면하는 제도를 시행하도록 하였다. 이와 더불어 베이징의 일부 대학에서는 제대한 학생들에게 학비를 전액 면제해주는 경우도 있으며, 수도사범대학(首都師範大學)의 경우에는 군에서 공을 세운 경우 2년제 전문대학에서 4년제 대학으로 월반시켜주거나 대학원 입학시험 때 혜택을 주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혜택은 중국 전역에서 대부분 비슷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선양시(沈陽市)의 경우에는 올해 군에 자원입대한 대학생들을 위해 학업과 관련한 배려, 학비감면, 제대 후 복학, 지원금 보조 등 4개 방면에서 우대정책을 실시할 것임을 공표하였다. 이 정책에 따르면 군에서 제대한 후 복학한 대학생에게는 전공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필요한 학점만 따면 바로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생계가 곤란한 학생의 경우에는 수업연한을 늘려주며, 전문대학생은 대학생으로, 이들이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할 때는 우선 합격을 시켜주고, 군에서 공을 세운 대학생에 대해서는 무시험으로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
이처럼 현재 중국에서는 넘쳐나는 우수한 대학생 인력을 국가 기관의 요소요소에 배치하려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군의 현대화 정책과 맞물려 대학생들을 군 인력으로 활용하려는 노력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대학생들로서는 2년간의 사병 생활을 마치면 중국 정부가 제공하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군에 몸담으려는 남․여 대학생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중국 군대의 질이 차츰 높아지고 있다.
최근 부쩍 늘고 있는 중국 대학생들의 군 사병으로의 자원입대와 이러한 자원입대를 유도하는 중국 정부의 자원입대 대학생 지원 관련 기사를 접하면서, 누구말대로 '군대가서 2년을 썩고'도 아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현실이 문득 답답하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