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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수능 등급제ㆍ내신 무력화' 논술대비 비상

"점수제때와 30% 당락 뒤바꿔" 수험생 혼란 가중

2008학년도 수능을 마친 고3 교실에서 대입의 마지막 관문인 논술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올해는 수능 등급제가 처음으로 실시되는 데다 주요 대학들이 상위권 수험생의 내신 등급간 점수차를 줄이는 방식으로 내신 변별력을 떨어뜨려 논술의 실질 비중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모집인원의 50%를 수능 점수만으로 우선 선발하는 고려대는 우선선발 응시자의 수능 점수가 동점일 때 논술 점수로 합격 여부를 가리고 있어 이번 입시에서 논술의 영향력이 매우 커졌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은 "수능 우선 선발의 동점자 처리에서 논술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올해는 수능이 등급으로 매겨지기 때문에 예년보다 동점자가 꽤 많이 나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논술의 점수차가 수능 등급을 뒤집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비슷한 점수대 학생들이 몰리는 상위권 경쟁에서는 논술이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세대 관계자는 "논술은 100점 만점에서 기본점수가 95점이므로 만점과 꼴찌의 점수차(5점)가 수능 1등급과 2등급 점수차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수능 성적을 뒤집을 수는 없다"며 "하지만 비슷한 학생들이 모이기 때문에 (논술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능이 등급제로 바뀌면서 동점자가 예년보다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논술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화여대의 경우 논술의 최고 점수와 최저 점수간 폭이 14점(100점 만점에 기본점수 86점)이나 돼 점수 폭이 5점에 불과한 고려대와 연세대(이상 100점 만점에 기본점수 95점)에 비해 더욱 논술의 변별력이 높다.

성균관대 입학처 관계자는 "물론 내신이나 수능도 변별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상위권은 내신 등급간 점수차가 작은 편이고 수능도 등급제인 까닭에 논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국대 문흥안 입학처장은 "논술은 등급이 아닌 점수로 매겨진다. 대학마다 비슷한 수준의 내신 등급과 수능 등급을 가진 학생들이 지원할테니 논술이 중요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논술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숙명여대는 논술에서 100점 만점에 기본점수로 85점을 주고 5점차씩 4등급으로 나눠 채점할 계획이라며 "논술의 실질반영비율이 작년 1.5%에서 올해는 5%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험생들은 다소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 논술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대를 지망하는 이상호(한성고)군은 "1,2,3학년 내내 내신이 중요하다고 해 학생들은 내신에서 점수가 깎이면 안된다는 생각에 꼼꼼하게 점수를 관리해 왔는데 좀 황당한 기분이다. 논술로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는 생각에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군은 "지금은 기말고사 기간이라 학원에 다니지 않고 책을 읽으며 감각을 키우는 정도지만 시험이 끝나면 곧바로 전문학원에 등록해 공부할 예정이다"고 논술 대비계획을 밝혔다.

장훈고 홍정원(18)군도 "올해는 자연계도 논술을 보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 학교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논술을 준비해야겠다"고 말했다.

올해 첫 적용되는 수능 등급제는 논술 영향력 상승을 가져오는 또다른 요인이 될 전망이다.

청솔학원 평가연구소(오종운 소장)는 이날 수능 등급제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점수제 병행' 또는 '세분화된 등급제'를 대안으로 제시, 교육부에 건의한 내용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학원측에 따르면 지난해 연세대와 고려대 모의 지원자(온라인 배치표 이용자) 2천297명(연세대 1천184명, 고려대 1천113명)을 대상으로 수능 우선선발전형 합격 여부를 따져본 결과 수능 점수제를 적용했을 때와 등급제를 적용했을 때 평균 27.8%가량의 수험생의 당락이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모의시험 결과 연세대 경영학과는 모의 지원자 168명중 수능 우선 선발전형 합격권에 드는 수험생은 45명이나 이중 14명(31.1%)이 수능 등급제냐, 점수제냐에 따라 당락이 바뀌었다.

연세대 법학과는 당락이 뒤바뀐 비율이 36.4%, 자연과학부는 30.0% 등으로 인문계 전체적으로 31.0%, 자연계는 21.3%에 이르렀다.

고려대 법대는 23.1%, 신소재공학부는 30.8%, 이과대학 38.9% 등으로 고려대 인문계 전체적으로 24.9%, 자연계는 28.7%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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