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등급제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등급제 폐지 서명운동 및 위헌소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등급제의 취지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1일 교육인적자원부 등에 따르면 수능시험 성적이 발표된 뒤 많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등급제로 전환된 수능시험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진학지도에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교육부와 수능시험 출제를 주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 등에는 연일 학생, 학부모들의 항의성 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 내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제도 시행 초기의 과도기적 현상이라 보는 시각이 강하다.
여기에 교육부 방침과 달리 대학들이 대입전형에서 내신을 무력화하고 여전히 수능 위주의 전형을 실시하려 하는 것도 이번 혼란을 부추긴 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우형식 교육부 대학지원국장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혼란에 대해 "모든 제도가 그렇듯 새로운 제도의 시행으로 나타나는 문제, 또 과거 점수제에서 등급제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종의 금단현상일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교육부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우 국장은 이어 "등급제 취지에 따라 학생부 성적을 좀 획기적으로 반영했어야 하는데 대학들이 여전히 내신을 무력화하고 수능 위주의 전형제도에 집착하고 있는 것도 학교현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수능시험의 원점수와 표준점수, 백분위 등을 공개하라는 학생, 학부모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한 학부모 단체는 정보공개 청구까지 하겠다고 나섰지만 교육부는 이 역시 "등급제의 취지를 훼손시키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1~2점 차이로 서열화하는 폐단을 막고 일정 등급에 속한 학생이면 모두 비슷한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판단, 더 많은 대학진학 기회를 주자는 것이 등급제의 취지인데 점수를 공개해 버리면 결국 과거의 점수제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우 국장은 "개개인의 점수를 공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등급제를 부정하는 것이므로 원점수를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라며 "학부모들의 정보공개 청구에도 응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전국 4년제 대학들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조만간 회장단 회의 등을 열고 등급제와 관련한 의견을 개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서도 교육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교협 회장인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등급의 폭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게 해야 한다. 등급제에 따른 어려움과 혼란이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대교협 차원의 회의를 열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우 국장은 이에 대해 "등급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활용하게 한다면 아마 과거처럼 등급이 아닌 원점수, 표준점수에 집착하려 할 것이고 이는 등급제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이제 와서 또다시 제도 개선을 요구하면 학생들이 더 혼란스러워진다. 지금은 제도의 안정적인 안착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