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치러진 2008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물리Ⅱ과목의 11번 문제에 대한 오답 논란이 불거지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입 전형에 대혼란이 빚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경우는 '복수정답'이 아니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애초에 제시했던 모범답안 '④ ㄴ, ㄷ'을 오답 처리하고 대신 '② ㄷ'을 정답으로 처리해야 하는 '정답 변경'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돼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는 게 학계의 관측이다.
이런 상황이 빚어진 것은 해당 시험 문제에 '이상기체이며 단원자 분자'라는 조건을 붙여야 ④가 정답이 됨에도 불구하고 평가원측이 출제 과정에서 '이상기체'라는 조건만 달고 '단원자 분자'라는 조건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어진 조건 하에서 보기 중 'ㄷ'은 올바른 것이지만 'ㄴ'은 단원자 분자라는 조건이 달려 있지 않는 한 틀린 것이므로 '② ㄷ'을 정답으로 제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즉 출제자의 의도는 ④였던 것으로 짐작되지만 엄밀히 말해 ④는 틀린 것이고 정답은 ②라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일부 수험생들이 수능이 끝난 뒤 이의신청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측에 했으나 평가원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평가원측은 "고교 과정에서는 이상기체 단원자 분자의 운동에너지만 다루고 있으므로 단원자 분자라는 얘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가정하고 문제를 풀도록 하는 것이 출제자의 의도다. 즉 보기 중 'ㄴ'과 'ㄷ'이 둘 다 맞다고 봐야 하고, 따라서 정답은 ④"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과거 대입 시험의 전례를 보면 이런 유형의 문제를 출제할 때 반드시 '단원자 이상기체'라는 조건을 적시해 왔으며, 상당수 고교 교과서와 참고서가 2원자 분자 등에 관해서도 참고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원측의 이런 해명에 설득력이 없다는 견해도 학계 등에서는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한국물리학회 고위 관계자는 "18일 수험생으로부터 질의가 들어와 19일 내가 직접 검토를 했는데, 곧바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교육위원회를 소집토록 했다"라며 "오늘 교육위원회에서 논의가 이뤄진 뒤 팩트 중심으로 학회의 입장이 발표될 것"이라고 22일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솔직히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학생들이 봐도 금방 아는 내용이다. 교과서에도 나와 있더라. 출제 실수로 보인다. 왜 평가원측이 이의신청 기간에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평가원측은 ▲ '출제 의도'를 내세워 원래 발표했던 정답 ④를 고수하는 방안 ▲ 학계의 지적을 받아들여 ④를 오답 처리하고 원칙에 따라 ②만 정답 처리하는 원론적 방안 ▲ 문제 출제 실수가 있긴 하지만 '출제 의도'를 고려해 ④도 ②와 함께 정답 처리하는 타협책 등을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어떤 방침을 선택하더라도 수험생들의 소송 등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은데다 현재 대입 정시전형이 진행중인 상황이어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수능 등급제가 실시되기 때문에 이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처리되든 등급차로 인해 커다란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 수험생들의 소송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08학년도 과학탐구 물리Ⅱ과목에는 1만9천597명이 응시했으며 이 중 991명(5.06%)이 1등급, 1천290명(6.58%)이 2등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