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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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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시 당선소감> 맨발의 붉은 항해 일지, 부끄러운


확 낚아챘는가 싶으면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빈 소리만 윙윙거릴 때가  더 많다. 그렇게 그는 내게 결코 쉬 건너오는 법이 없다. 그런 걸 보면, 그 역시 지독한 소심증 환자이거나 주는 것에 인색한 구두쇠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난 그를 붙잡아 내 가난한 역사의 골목길을 그리고 싶어 한다. 크기를 알 수 없는 무한의 그 어깨에 기대어 시린 내 발등 호호 불어보겠다고 안간힘이니 말이다. 그래야만 내 너무 더디거나 조금은 잘못 짚은 발자국이 있어도 가만 받혀줘 내가 덜 기우뚱댈 것 같다. 또 그래야만 행여 어깨 시린 이웃들 있거들랑 가만가만 다독일 수 있는 맨살의 은유, 그 내포와 외연의 크기도 저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가난한 삶의 파편들로 더듬더듬 눈 밝혀가는 내 난파선에, 슬그머니 너른 어깨 내어주고 거기 기대어 다시 항해를 시작하라고 격려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더 좋은 시로 정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늘 'Blood in ink' 로 “피를 잉크 삼아 쓰고, 시 그 자체로 살라”고 채찍질해 주신 선생님과 문우들께 부끄러운 발돋움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무엇보다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시면서, 그저 당신이 계심으로써 오늘의 내 시를 있게 해 주신 그 분, 팔순을 훨씬 넘긴 우리 엄마, 오늘 저녁엔 당장 달려가서 힘줄도 거칠어짐도 갈앉은 엄마의 그 손등에 시익씩 내 얼굴 비벼대고만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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