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가르치기로 자기주도 학습 가능
수업 자료․지도안 동료와 함께 공유
“도덕은 시수가 많지 않아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가르쳐야 합니다. 12반이라면
12번을 반복하니 교사도 재미가 없죠. 제가 협동학습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내용은 같아도 아이들의 반응이 다르니까 수업에 활력이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서울 가산중학교 김현섭(38) 교사.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협동학습 전도사다. 2000년부터 협동학습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김 교사는 2004~2006년 연구회 활성화를 위해 휴직을 했을 정도로 ‘협동학습’에 빠져있다.
“2년간 휴직을 하면서 거의 밤 11시에 집에 들어갔습니다. 강의 나가고, 회의하고, 지방 조직도 살펴야했습니다. 수업을 고민하는 선생님들과 수업을 공유하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누가 시켰다면, 그렇게까지 할 수 없었겠지요.”
김 교사는 협동학습의 매력으로 ‘또래 가르치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꼽았다. 교사는 수업의 안내자 역할을 하고, 아이들은 자기주도 학습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존 모둠학습과는 달리 무임승차나 일벌레, 방해꾼, 소외 학생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도 특징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개인적 기여도에 따라 평가합니다. 참여하지 않았으면 점수가 나가지 않으니 불만이 없습니다. 발표도 1:35 구조가 아닌 동시다발적으로 가능합니다. 모둠 안에서 하는 1:3 발표는 아이들에게 부담 없는 참여기회를 부여합니다.”
모든 수업에 협동학습을 적용하기 위해 지필평가를 학기당 1회로 줄이고 지필과 수행평가를 50%씩 반영하도록 교육과정도 재구조화했다. 동료교사와 수업 자료, 지도안을 공유함으로써 가능했다는 것이 김 교사의 설명이다. / 관련기사 4면
“경력이 높을수록 수업에 대한 고민을 안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김현섭 교사는 “수업을 잘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며 이렇게 말을 맺었다. “교사의 본질은 수업입니다. 수업으로 말하고, 수업으로 평가돼야 합니다. 수업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는 것.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수업의 달인’이 되는 비법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