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선발경쟁 약화 필요 vs ‘선지원 후추첨’ 도입 취지 맞지 않아 교육적 약자 지원책 없어 vs ‘기초학력미달 제로 플랜’ 등에 예산지원
자율, 선택, 경쟁, 책무를 강조하는 교육정책을 집중 기획, 실천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교육적․사회경제적 강자의 요구 만족에는 기여하지만 교육적․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무관심을 유발, 계층 간 교육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릴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경실련에서 개최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100일 평가’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재춘 영남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자율, 선택, 경쟁, 책무만을 강조할 뿐, 학교 교육 본질에 대한 문제의식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지만 “자율, 선택, 경쟁, 책무는 질 높은 교육 실현을 위한 핵심적 가치”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일부 교육적․사회경제적 강자의 교육만족을 두 배 이상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그 대가는 사교육비의 폭발적 증가가 될 것”이라며 “사교육비의 부담을 강하게 느끼는 중하위권 학부모들의 교육만족도를 현저히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윤미 홍익대 교수는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정책의 계획과 추진 전략을 보면 가난 대물림을 끊는 것도, 사교육비절감으로 교육만족도를 증가시키는 정책과도 거리가 있다”며 “경쟁이라는 마법에 의해 교육문제가 저절로 해결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대다수 교육 소외자들의 아픔을 깊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며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주창한 김 교수의 의견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명균 교총 교육정책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교육의 수월성과 경쟁력을 어떻게 규정하고 어떤 정책 프로그램을 실천해 가느냐에 따라 모두를 유익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는 것”이라며 “정책의 적용 및 결과를 총체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수는 “교육적 강자를 위한 정책만 있다고 주장하는 데 그럼 ‘기초학력미달 제로 플랜’은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며 따져 물었다. 홍 교수는 “학습부진아는 발제자가 말하는 교육적 약자”라며 “지난 정부 17억 원의 10배인 170억 원씩 5년간 850억 원을 들여 기초학력 미달자를 없애겠다는 과업을 발제자가 눈감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김 교수는 “현재의 자립형 사립고나 외고와는 달리 선발경쟁을 약화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며 ‘선지원 후추첨’ 또는 입학생의 150~200%를 일차적으로 경쟁 선발한 후 최종합격자는 추첨 선발을 하는 방안(미국의 일부 마그넷스쿨에서 활용) 등의 도입을 제안했으나 교총 이명균 실장은 “학생선발 방법을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의 전환 주장은 자율형 사립고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또 김 교수는 ‘학교 특색 살리기’플랜에 대해 “기숙형 공립고와는 달리 예산지원 계획이 없다”고 비판했으나 홍 교수는 “이 점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며 “공약에 근거하면, 학교운영비를 추가적으로 1859개교 당 1억5000만 원씩 연간 2800억 원, 5년간 1조40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계획이 서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