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교실에 기술 혁명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과서와 노트북, 종이의 필요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심지어는 벽돌과 시멘트로 세운 학교 건물도 없이 수업이 이뤄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보스턴의 릴라 G. 프레더릭 시범 중학교에서는 7,8학년생 650명이 교실에서 애플 노트북 PC를 이용해 수업을 하고 있다.
수학의 경우, 스콜래스틱사가 개발한 FASTT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마치 비디오 게임을 하듯 방정식을 풀어나가고 있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 등교 때 노트북을 지급받은 뒤 귀가하면서 반납한다. FASTT외에도 과목별로 '구글 닥'이나 애플의 'i무비'같은 전문 교육 소프트웨어를 활용한다.
따라서 이 학교에는 교과서란 필요없는 물건이다. 소설책을 가득 구비한 도서관만이 유일하게 남은 과거의 유물이다.
숙제는 학교 웹사이트에 있는 전자함으로 제출하면 된다. 교사와 학생들은 각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들은 메신저로 교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프레더릭 중학교는 보스턴에서도 범죄와 빈곤층이 많은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2년전 100만 달러를 투입해 시범적으로 이런 수업 방식을 시작했다.
데브라 소시아 교장은 "강력하고도 강력한 경험"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 학교를 보면 미래의 교육 현장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혁신적 교육 방식 덕분에 프레더릭 중학교의 평균 출석률은 92%에서 94%로 높아졌고 징계 건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교사들과 언제든 메신저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의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
프레더릭 중학교의 학생들은 같은 교실에서 진도별 맞춤 수업을 받고 있다. 다시 말해서 열등생이 우등생들과 한데 섞여 수업을 받는 것이다.
컴퓨터를 이용해 학생들의 적성과 진도를 분석함으로써 교사들이 각 학생별로 취약한 분야를 중점 지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소시아 교장의 설명이다.
인터넷도 미국의 교실에 변화를 부여하는 촉매가 되고 있다.
북미 온라인 학습위원회에 따르면 온라인 버추얼 수업에 등록한 사람은 지난해 100만명선을 돌파했다. 이는 2000년에 비해 22배가 늘어난 것이다.
비영리 교육관련 단체 이노사이트 연구소의 교육담당 국장이며 화제의 책 "교실 허물기"의 공동저자인 마이클 혼은 그러나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 예상에 따르면 2013년에는 고교수업의 50% 이상이 온라인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1% 정도"라고 말했다.
미국 17개주에서 온라인 수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K12는 서비스에 등록한 정규 학생수가 지난해 57%가 늘어난 4만1천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매출 신장의 상당 부분은 버추얼 차터 스쿨(교사·부모·지역 단체 등이 특정한 목적으로 공적 자금을 받아 설립한 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
론 패커드 K12 CEO는 버추얼 차터 스쿨은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공립학교의 70% 정도지만 일반 공립학교에서 소홀히 하는 학생층도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버추얼 차터 스쿨은 특수 교육이 필요한 학생에서부터 자질이 뛰어난 학생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는 것.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버추얼 차터 스쿨을 지원하는 주정부가 늘어남에 따라 K12를 비롯한 전문 기업들이 연간 5천500억 달러 규모의 5-18세 교육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버지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K12는 해외 진출을 위해 최근 두바이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패커드 CEO는 미국 대학 진학을 꿈꾸는 외국인들로부터 미국식 초.중등 학교 교육을 이수하고자 하는 수요가 커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커리큘럼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에이펙스도 자사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셰릴 베도 CEO는 지난 2006에 에이펙스의 등록 학생수가 50%가 증가한 30만명에 달했다고 자랑했다.
온라인 과외학습도 급성장을 구가하는 분야다.
인도의 방갈로르에 본사를 두고 전세계 학생을 상대로 과외 지도를 하고 있는 튜터 비스타의 등록 학생수는 매달 평균 22%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추산이다. 이 회사는 2005년 미국에서도 온라인 수업 서비스를 개시했다.
교육전문가 마이클 혼은 고교 입학생의 3분의2,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의 절반 정도만이 졸업하는 미국 교육 현실을 볼 때, 버추얼 스쿨은 저비용의 효과적인 교육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