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전국 단위 학력평가 시험의 채점 지연.누락 사태로 인한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번엔 학력 성취도 미달을 둘러싼 우려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더타임스 등 주요 영국언론이 5일 보도했다.
영국의 학생들은 2학년(6-7세), 6학년(10-11세), 9학년(13-14세), 11학년(14-16세) 등 네 번의 전국단위 표준학력평가(SATs)를 치러야 한다. 인디펜던트는 5일 공개된 6학년의 학력평가(KS2) 성적 집계 결과 약 12만명에 이르는 11세 학생들이 국어인 영어를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하는 학력 미달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5명 가운데 한 명꼴이다.
또한 수학에서도 14만명 가량이 적정 수준의 학력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까지 기본적인 영어, 수학 능력을 갖춘 초등생의 비율을 85%로 올리겠다는 정부의 목표치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어서 교육당국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결과에 대해 일선 학교와 교사들은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국교장협의회(NAHT)는 "채점 오류와 부정확성을 지적한 이메일을 300통 이상 받았다"며 결과가 채점지연으로 혼란을 빚은 후 나온 것이기 때문에 "의미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영 교육과정평가원(QCA) 등은 "시험 결과가 믿을 만하다"고 강조했으며 교육기준청 역시 "이번 자료가 학교의 효율성을 평가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 키드(노동당이 집권한 1997년 이후 출생한 이들)' 가운데서도 학력격차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는 사안이다. 보수당 진영은 노동당이 집권당이 된 1997년 이후 모두 3억명의 학생들이 기초적인 학습능력도 갖추지 못한 채 초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노동당의 교육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영 아동.학교가족부 대변인은 그러나 "학교들의 수준은 높아지고 있다"며 평가 결과를 교육정책과 연결지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최근 실시된 올해의 표준학력평가는 미국의 교육평가기관인 'ETS' 유럽법인에 채점을 맡긴 뒤 채점의 지연과 오류가 발생하면서 큰 혼란을 빚었다.
이미 지난달 공개됐어야 할 6학년 대상 시험(KS2) 성적표 가운데 1만7천장이 여전히 공개되지 못했으며, 11학년 대상 시험(KS4) 역시 수 천장의 공개가 지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