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의 '대통령 욕설' 동영상으로 파문이 커지면서 관련 학생과 학부모, 학교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이들 초등생이 재학중인 마산 C초등학교 측은 6일 동영상 유포를 막아 달라며 경찰과 교육청에 사건을 신고하는 한편 문제의 동영상이 떠 있는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삭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학생들의 얼굴은 대부분 모자이크로 처리됐지만 얼굴형과 목소리가 그대로 노출돼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 보면 쉽게 누군지 알아챌 수 있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난 비슷하게 동영상에 찍힌 어린 학생들은 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외출과 사람 만나기를 기피할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학생이 대통령을 욕하는 내용을 방명록에 쓰고 동영상을 남기게 된 과정에서도 어른들의 불순한 부추김이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C초등학교 관계자는 "관련 학생과 학부모, 담임 교사를 상대로 알아 본 결과, 당시 학생들은 문화체험을 하러 조계사에 갔다가 촛불집회 수배자들이 농성하는 장소 앞에 놓여 있는 방명록을 보고 관심을 보였던 것 같다"면서 "그러자 농성장 안에 있던 몇몇 어른이 종이를 주면서 '대통령에게 반말이나 욕을 해도 된다'며 부추겼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 교장 K씨도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어른들이 계속 부추기며 웃자 아이들은 경쟁적으로 글을 썼고, 어른들이 욕을 쓴 아이들을 칭찬하면서 과자와 부채를 줬다고 한다"면서 "지금 아이들은 초코파이와 부채, 사탕, 젤리와 바꾼 동영상 때문에 심한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K씨는 또 "아이들이 지금 너무 불안해 하고, 학부모들도 자녀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우리 학생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이들 학생들을 이끌고 체험학습에 나섰던 사설단체 인솔자는 연합뉴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늘(6일) 조계사 농성장을 찾아 학생들에게 (대통령을 욕하는 내용의) 방명록을 쓰도록 부추기고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면서 "학생들을 제대로 인솔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학부모들에게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들의 학부모는 아이들을 부추긴 조계사 농성자들을 경찰에 정식 고발하는 것에 대해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산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동영상 유포와 확산을 막아 달라는 취지로 신고만 했을 뿐 정식 고발이나 수사의뢰는 하지 않아 아직 내사 단계에 있다"면서 "정식 고발장이 접수되면 수사에 나설 계획이나 어린 아이들이 상처를 입을까 걱정돼 학교 측과 학부모들은 꺼리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마산.창원지역 4개 초등학교 3~5학년생 11명은 지난달 22-24일 2박3일 일정으로 사설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 배낭여행을 했는데, 조계사에 들렀을 때 일부 학생들이 촛불집회 수배자들의 농성장 앞 방명록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원색적인 욕설을 퍼붓는 내용을 썼고, 그 후 욕설 내용과 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