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삼성으로부터 기부받은 에버랜드 주식으로 추진하던 장학관련 사업이 지난해 7월 돌연 중단됐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또 정부로부터 이 장학사업을 위탁받아 추진했던 한국학술진흥재단은 사업 중단에도 불구하고 관련 조직을 확대했고 올해 8월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서야 담당 조직을 폐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의 '학술진흥재단 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지난 8월20일 확정해 학진에 통보했다고 3일 밝혔다.
삼성은 2006년 에버랜드 주식 10만6천149주(평가금액 740억원)를 사회환원기금으로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에 기부했고, 교육부는 주식을 매각해 정부 장학사업에 이용한다는 계획에 따라 학진을 삼성기부 장학사업 위탁기관으로 선정했었다.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학진은 작년 6월 교육부로부터 에버랜드 주식 관리업무를 위탁받고 같은 해 7월12일 직제규정 개정을 통해 기존의 장학지원팀을 장학실로 확대 개편했다.
또 삼성 기부주식 관련 전담조직팀을 신설해 에버랜드 주식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같은 해 7월25일 돌연 교육부가 주식매각 주관사 선정을 유보해 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학진은 그동안 추진했던 에버랜드 주식매각 업무를 포함한 일체의 위탁관리 업무를 중단했다.
주관사 선정 유보를 요청한 이유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학진을 통해 주식 매각작업을 추진하던 중 청와대에서 동일법인의 (공익법인) 주식출연 한도 제한을 완화하는 상속세법 개정안 얘기가 나오면서 매각 작업이 유보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당시 상속세법은 공익법인에 대한 동일법인의 주식출연 한도를 총 발행주식의 5%로 제한하고 있었으나 이 제한이 완화되면 에버랜드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 삼성이 설립한 장학재단인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에 출연하는 방법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갖고 있던 에버랜드 주식(4.25%)은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의 막내딸인 이윤형씨가 갖고 있던 8.37%의 지분 가운데 일부로, 당초 삼성은 사회환원기금으로 8.37%의 주식 전부를 장학재단에 출연하려 했으나 동일법인의 주식출연 한도 제한 때문에 일부를 떼어 교육부에 기부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상속세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으나 때마침 대선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논의가 이뤄져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라며 "그 외의 배경에 대해선 아는 바 없으며 주식 매각을 재추진한다는 게 새 정부의 방침이다. 다만 금융시장이 좋지 않아 매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식매각 작업이 돌연 중단된 배경에 삼성 경영권 등과 관련한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감사원 관계자는 "장학사업이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학진은 작년 8월1일 장학지원팀장을 실장으로 승진임용하고, 장학지원2팀을 신설해 3명의 직원을 배치하는 등 인건비 1억원을 낭비했다"며 "학술진흥재단은 감사 결과를 통보받은 뒤 장학실, 장학지원2팀 등의 신설조직을 폐지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학술진흥재단은 논문평가 C등급을 받아 2단계 BK21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교수 11명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아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이들 11명은 2006-2008년 분자과학, 서남해도서지역 문화자원 연구 사업 등에 참여했고, 이중 3명은 올해 6월 현재까지 BK21 연구사업을 수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술진흥재단은 또 같은 기간 BK21 사업의 단순참가자 또는 공동연구원 등 5명을 사업참여 제한자로 잘못 등록했고, 이중 H대학교 모교수는 2008년 3월1일부터 'BK21 생명의과학사업단'에 참여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했다.
감사원은 이어 학술진흥재단이 2006년 5월 개방형 직위로 팀장 2명을 신규채용하는 과정에서 공개채용 경력기준 미달자를 채용했고, 올해 6월 현재 관리직 팀장, 인사.급여 담당자 등 노동조합 가입이 제한되는 26명이 재단 노조에 가입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