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 핵심역량 기반 횡․종적 연계로 모든 교과 재구조화
대학 자율권 확대, 경쟁 및 책무성 강화 등 고등교육 개혁
초등 2회, 중학 졸업 시 3회 평가 후 개별 교육과정 제안
보충수업 학기 내 계속, 주 4일 방과 후 2시간 동안 진행
예술의 나라, ‘똘레랑스’(관용)의 나라,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의 나라, 경쟁보다 사회주의적 평등 이상을 지향하는 나라, ‘바깔로레아’(수능)를 논술형으로 치는 나라, 고등학교에서 철학이 필수 교과이자 철학 수업 시수가 가장 많은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의 교육과정 최근 동향을 살펴본다.
■ 최근의 교육 개혁=프랑스 교육부는 미래 사회 경제의 요구에 부응하며, 미래 교육의 청사진을 모색하고자 2003년 9월 15일부터 1년간에 걸쳐 학교의 미래에 대한 전국적 토론을 주도하고 대국민 여론을 수렴했다. 지역별 공청회, 전국 토론회, 인터넷 여론 조사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 2004년 10월 ‘모든 학생들의 성공을 위하여’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교육 문제에 대한 전문가적 진단을 바탕으로 장기간 사회 전반에 걸쳐 대대적으로 실시한 의견 수렴 과정을 바탕으로 한 실천적 개선안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보고서로 평가되고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모든 학생의 성공을 위해 다음과 같은 8대 과제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의무 교육 기간에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과 핵심 지식과 역량 및 사회 행동 규범을 필수적으로 습득할 수 있어야 하며, 중학생들이 학업 및 진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고교의 계열을 보다 특성화해 학생들에게 학습동기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하며, 학생들의 사회계층간 혼합을 도모하며 학교의 교육 활동 주도권과 책무성을 강화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보고서에서 제안된 내용들이 현재 상당 부분 개혁의 주된 내용으로 추진됐다. 즉 학업 이수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과 장애인 등 사회 소외 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와 개별화 지도, 현행 교육과정을 공통 핵심역량기반 교육과정으로 재조직, 학군제의 점진적 폐지, 대학 자율권 확대와 자유 경쟁 및 책무성 강화를 통한 고등 교육 개혁, 유럽 개방 교육․문화 교류 등이 그것이다.
■ 프랑스 교육의 10대 우선 방향=최근 프랑스 교육의 10대 우선 방향은 2008년 9월 신학년도 요강(2008년 4월 4일령)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 교육부의 2008년 6월 5일자 회람 2008-082에 의하면, 모든 초등학교의 주당 시수는 24시간이며, 여기에 학습 부진생의 개별 지도 2시간이 추가된다. 주당 시수는 월화목금의 주4일제로 일일 6시간으로 조직하거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9회 반나절로 조직할 수 있다. 개별 지도는 매일 30분씩 4일간 또는 1시간씩 이틀간으로 조직이 가능하다. 이러한 조직적인 자율은 학구 장학관의 주관아래 지역 사정과 학생들의 다양한 교외활동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조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중에서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프랑스가 최대 주력하고 있는 공통 핵심역량기반 교육과정 개정과 개별화 교육과정에 대해 살펴본다.
공통 핵심역량기반 교육과정 : 공통 핵심역량기반 교육과정은 의무 교육 내용을 구성하는 문화적 소양과 시민성 함양을 강조하며, 의무교육 과정을 이수한 모든 학생이 갖추어야 하는 7가지 핵심 역량을 제시한다. 이것은 2005년 4월 23일 공포된 ‘학교의 미래를 위한 방향과 교육과정법’의 주요 사안이다. 이 법령에 의하면, 의무교육은 ‘지식과 역량의 총체로 구성된 공통 기반을 습득하도록 필요한 모든 것을 각 학생에게 보장하는 것’이 중심 임무다. 이것은 1882년 페리(Ferry) 법 이후 처음으로 국가에서 의무교육의 핵심 내용을 정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통 핵심역량기반 교육과정에서는 모든 학생이 성공적인 학업 이수, 진학, 진로(직업) 선택, 성공적인 사회진출 등을 하는데 바탕이 되는 가치, 지식, 언어, 실무 지식 전체를 제시하고 있다. 공통 핵심역량기반 교육과정은 초등 및 중학교의 교육과정을 대치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 교육 종료 때까지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핵심 목표를 상정한 것이다. 즉 기존의 교과는 그대로 둔 채, 교과별 지식과 역량들을 횡․종적으로 서로 연계해 일관성을 가지도록 역량 중심으로 재조직한 것이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7개 역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역량은 지식/능력/태도 측면에서 정의된다.
• 프랑스어 구사 능력=프랑스어를 읽고, 쓰고, 말하는 능력은 모든 지식 분야에 접근하고 모든 종류의 역량을 습득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프랑스어는 기회의 평등, 시민의 자유와 문화 향유를 위한 첫 번째 도구이다. 언어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 문서나 구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며,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외국어 구사 능력=외국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구두/문서)에서 생각이나 감정, 사실을 이해하고, 표현하며, 해석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외국어를 둘러싸고 있는 문화를 파악하고 이해해야 한다. 외국어를 구사함으로써 고정적인 시각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유럽위원회가 만든 ‘언어를 위한 유럽 공통참조기준’은 외국어 교육, 학습, 평가를 위한 기본적인 참조 문서다. 이 문서에 명시된 A2 수준(기본적인 언어구사력)이 의무교육에서 습득해야 하는 수준이다.
• 수학 및 과학 기술의 기초 지식=학생들이 세상에 대해 일관된 시각을 갖고, 주변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과학적 소양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수학과 과학의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접근은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수학, 실험, 기술은 과학적 사고의 필수 요소인 지적인 엄정성을 길러준다.
• 정보통신 기술사용 능력=디지털 문화는 정보 기술 사회에 대한 비판적이고 안정된 사용을 전제한다. 모든 경제사회 분야에 파고든 정보, 멀티미디어, 인터넷 등이 이에 속한다. 이 기술은 학교 밖에서 경험을 통해 배우는 지식이 대부분이다. 학생이 컴퓨터 관련 기술을 더 효과적이고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중학교 B2i(정보/인터넷 자격증)를 취득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능력은 의무교육의 기본교육 내용에 속한다.
• 인본주의 문화=인본주의적 소양을 통해 학생들은 연속성과 단절, 정체성과 이타성의 의미를 습득하게 된다. 프랑스와 유럽의 기원, 오늘날 세계에서의 프랑스와 유럽의 위치를 알게 됨으로써,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보다 확실하게 그려볼 수 있다. 인본주의적 소양은 판단력, 취향, 감수성을 길러준다. 다양한 장르의 문학 작품과 예술문화 교육을 통해 인본주의 소양을 쌓을 수 있다.
• 사회성 및 시민성=학생이 성공적으로 학업을 이수하고 미래를 설계하고 사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며, 시민으로 권리와 자유를 완전히 누리며 살아가고 책임감 있는 인간으로 자라도록 사회성 및 시민 교육도 해야 한다. 목표는 사회․직업 생활에 효과적이고 건설적으로 참여하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가운데 자신의 자유를 행사하며, 폭력을 거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 자율성 및 주도성=인간의 자율성은 인권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러한 역량을 통해 원인 인식과 판단력을 키움으로써 교류하고 행동하고 선택할 수 있다. 자율성은 성공적인 학업이수, 올바른 진로선택, 개인/직업/사회생활로의 적절한 적응을 위한 조건이다. 학생은 예술, 스포츠 혹은 사회경제적 영역에서 개인적으로 혹은 그룹으로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7개 역량은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이자, 평생 살아가는 동안 필요한 삶의 태도로 구성된 것이다. 공통 핵심 역량에 의거해 교육 목표를 제시한 교육과정이 2006-2007학년도에 처음 공표되었으며, 2007년 신학기부터 적용됐다. 프랑스 교육부는 학생들이 공통 핵심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수립 조치와 함께 공통 핵심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제대로 습득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3단계 평가시기를 수립했다.
• 초등학교 2학년 학년말(CE1) : 읽기와 쓰기 능력 습득 여부
• 초등학교 졸업 시점(CM2) : 기초 문법, 기초 계산, 사칙 연산의 습득 여부
• 중학교 졸업증(brevet) : 7개 핵심 역량의 습득을 증명함. 각 핵심 역량은 2008학년도 중학교 졸업증 취득 시험(brevet)부터 평가된다. 정보 통신 및 인터넷 학력증(B2i), 유럽연합공동 외국어 자격시험(A2 수준) 등이 그 예이다.
개별 학생 기록부를 통해, 학생 본인과 가족, 교사들은 학생의 7개 핵심 역량의 습득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학생 기록부는 2007-2008학년도에 시험적으로 실시됐다. 공통 핵심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이수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는 ‘학업 성공을 위한 개별화된 교육과정’(PPRE)이 제안된다.
■ 학업 성공을 위한 개별화 교육과정=학업에 어려움이 있거나 과정별로 요구되는 핵심 역량을 습득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개별화된 도움을 제공, 학업 성공을 돕고 유급을 방지한다. 누구나 지원만 하면 개별 보충 수업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방과 후 보충 수업은 과제나 수업 내용의 복습을 지원하거나, 스포츠․예술, 문화, 멀티미디어 활동을 제공한다. 보충 수업은 학기 내내 계속되며, 한 주에 4일에 걸쳐 방과 후 2시간 동안 진행된다. 보충 수업은 과제와 수업 내용 복습, 스포츠 활동, 예술 및 문화 활동의 다음 3가지 종류가 있다. 또한 방학 중에도 초등 고학년 학업 부진 학생에게 15~20시간의 보충 수업을 제공한다.
• 과제 및 수업 내용 복습=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한 심화 학습을 하거나 과제를 한다. 필요한 경우에 도움을 받는다. 특별한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다른 학습 활동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습법 배우기, 과목별 심화학습, 독서, 자료조사 등이 있다. 그리고 여러 과목을 아우르는 학습 프로젝트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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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활동=스포츠 단체나 해당 중학교의 스포츠 그룹에서 보유하고 있는 시설 및 장비 조건에 따라 스포츠 활동이 결정된다.
• 예술문화 활동=모든 종류의 예술 문화 활동이 가능하지만, 학교 및 외부 강사의 여건에 따라 현실적으로 가능한 활동을 하게 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프랑스는 유럽 연합 의장직 수행을 계기로 유럽 개방 교육을 강화하고 국가 교육의 미래를 유럽 차원에서 제고하며 교육에 자율과 경쟁을 도입하고 기업과 같은 경쟁 논리로 교육의 수월성 확보를 위한 일련의 개혁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성향의 사르코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 조치들은 사회주의적 평등 이상을 지향하는 대다수 국민의 거센 저항을 받아, 소외 계층을 지원하고 학업 부진 학생에 대한 개별화된 도움과 의무교육 단계의 공통 핵심 역량을 극대화해 교육의 수월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점진적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급격한 자율과 경쟁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사회주의적 평등과 자율․경쟁간의 갈등을 인간주의적 가치와 관용을 바탕으로 조율한 프랑스의 사례는 우리의 교육 개혁 방향 설정에 시사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