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자율화 계획은 시·도교육감 권한 강화 및 학교 자율성 확보를 위해 29개 규제지침을 폐지하고 규제 법령을 정비하면서 시작됐다. 교과부의 발표 이후 일부 교원단체 등이 ‘0교시 부활’, ‘우열반 편성’, ‘학교의 학원화’ 정책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됐다.
하지만 교총이 전국 초·중고 교원을 10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에서는 현장 교원들의 66.8%가 ‘학교자율화 계획’에 찬성해 반대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논란이 됐던 ▲수준별 이동수업 ▲학사운영 자율화 확대 등 학교자율화 조치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해서는 대부분 찬성입장을 보였다. 16개 시도교육청은 학교자율화 1단계 계획을 통해 29개 지침 중 17~26개 지침을 폐지했으며 대부분의 교육청이 ‘우열반 편성 금지’와 ‘사설학원 전면위탁 금지’ 등을 통해 제기됐던 문제를 불식시켰다.
교총은 학교자율화 정책이 공교육 경쟁력 향상을 위한 당연한 조치라며 정책 목표에 공감하면서도 1단계 29개 규제 지침 폐지와 2단계 13개 법령 정비 등에 학교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권한의 지방이양이 자칫 시도교육청의 권한 확대로 이어져 지방교육행정기관이 비대화·관료화 돼 중앙정부를 대체하는 규제·간섭기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1, 2단계를 통해 부각된 세부 쟁점에 대한 교총은 다음과 같다.
◇교장임명권 시도이양 반대=수준별 이동수업의 경우 학교 여건에 맞게 보다 다양한 형태의 수준별 이동수업을 운영하는 것을 바람직하나 전체 교과로 이동수업을 확대하는 것은 지역주민 또는 학교 구성원의 총의를 모아야 한다. 방과후학교의 경우 사교육비 경감, 교원의 정규교육과정 집중효과 등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사교육의 공교육 잠식 부분에 대해서는 시·도 조례 등을 통해 제한이 필요하다.
학교장 임명을 교육감에게 위임하는 문제는 현행 장관임명이 유지돼야 한다. 학교장 임명권자의 하향화에 따른 교원예우 정신 실종, 사기 저하가 우려되며 교육감 직선제와 맞물려 학연·지연 등 정실인사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학교 급별 교원 및 보직교사 배치기준을 시·도교육감에게 위임하는 것은 공감하지만 교원 법정정원 미확보와 공무원 총원제 등 제도적 한계로 인해 실효성이 우려되는 바 중앙정부차원의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교원양성, 인사·보수 교과부가 맡아야=시·도 및 지역 교육청이 새로운 권력체가 아닌 학교교육 지원·조성업무 등 교육행정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시·도 교육청은 지방교육 혁신 및 교육정책 개발 기능을 수행하고, 지역교육청은 각급학교 혁신에 대한 종합적 지원업무를 맡으며, 학교에서는 학칙과 교육방침을 결정해 자율적 운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또 단위학교에 실질적 권한이 이양될 수 있도록 학교현장에 교육과정 편성·운영, 교직원 인사, 재정운영, 조직 편성 등 주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학교에서는 참고도서 사용의 자율 결정권이 부여돼야 하며 조기입학, 조기진급 및 졸업 등 탄력적인 학사운영이 이뤄져야 한다. 우수 교사 초빙권과 전입교사 지정권, 보직교사 증원 결정에 관한 사전승인제의 사후 보고제 전환 등 재량권을 확대함으로써 실질적인 인사권이 보장돼야 한다.
아울러 교원의 교육과정 운영 및 수업활동과 무관한 잡무요인을 차단해야 한다. 교원의 잡무유발요인은 교육상급기관이 86.1%로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교육행정업무보고 일몰(日沒)제 등 행정잡무부담 완화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가 부족하고 시·도간 격차가 큰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권한이양은 시·도간 교육격차가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의무교육 기반강화, 교원 양성 등 인사·보수제도 등 교육정책의 기본계획 및 재정 운영 등 국가단위의 중핵적 기능은 교과부가 계속 담당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