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형 공립고 전환으로 침체의 돌파구를 마련해보려던 서울지역 3개 학교의 꿈이 잠시 연기됐다. 서울시교육위원회가 최근 관련 예산(263억 원)을 부결시켰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내년 추경예산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래저래 지역 학생과 학부모의 실망이 크다.
교위 위원들은 “기숙형 학교라는 것이 시골에나 요구되는 것이지 교통이 편리한 서울에서 필요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면목고, 세현고, 금천고가 위치해 있는 지역은 환경 자체가 낙후돼 있고, 학생의 학부모들이 맞벌이 부부가 많으며 심지어는 자신의 공부방도 없이 공부하는 학생도 상당수라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지난 6월 기숙형공립고로 선정됐을 때 지역전체가 환영하는 분위기였으며 중랑구청의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이를 돕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또 일부 학교에서는 ‘기숙형’이 ‘입시위주’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1인1기 교육, 스포츠, 비행예방 등의 프로그램을 병행해 가정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전인교육을 실시해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었다. 하지만 교육환경이 낙후돼 있는 지역 학생과 학부모, 학교의 꿈은 잠시 접게 됐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전교조와 전교조 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육위원이 이를 반대해 교과부에 특별교부금 지원을 방해했고, 나머지 위원들 역시 이들의 적극적인 행보를 수수방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당 학교가 속해있는 지역구의 위원도 “일부 교원단체가 논리를 갖춰 반대하는데 막을 수가 없었다”는 말로 적극적으로 관철시킬 의지가 없었음을 자인했을 정도다. 결국 이 같은 교육위원의 애매한 태도에 대한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교육계는 위원들이 동료위원과의 관계, 교원단체의 반발을 따지기 앞서 지역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이여 교육발전에 디딤돌이 되는 교위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그래야만 위기에 처한 교육 자치를 스스로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중 문제 때부터 어느 문제 하나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는 지금 교위의 모습은 교육자치 수호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될 정도다.
해가 바뀌었다. 새해에는 교육감이나 목소리 큰 단체나 동료위원의 눈치를 보지 않는 처신, 똑부러진 일처리로 학생과 학부모, 교사로부터 박수를 받는 교육위원의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