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대입시 자율화 정책이 ‘대입 본고사 부활’ ‘3불 정책 폐지’론 등으로 비화되면서 시험을 앞둔 학생들과 학부모, 교원들이 극심한 혼란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입시 정책의 향방을 결정하는 주요 사립대 총장이 공교육을 살리는 입시안을 만들겠다고 공개 천명해 관심을 끌고 있다.
고려대 이기수 총장은 “2012년 대입시 자율화가 부여되면 천지개벽할 획기적인 입시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수능 점수가 아닌 창의성, 리더십, 인간성 등을 종합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이 총장은 16일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중등교육협의회 동계연수 집회에서 이원희 교총회장과 대입시 개선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이렇게 말했다.
이원희 회장은 “대학에서 어떻게 입시안을 만드는가에 따라 일선 고교 교육의 방향이 정해진다”며 “현장의 의견을 듣고 공교육을 살리는 방향으로 입시체계를 서서히 바꿔나가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총장은 “공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교장선생님과 교사들이 마음 놓고 학생을 가르칠 수 있도록 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안병만 교과부장관과 2천명의 중등 교장들이 함께한 환영사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이 총장은 “고려대는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인재, 지성의 교육을 튼튼히 해줄 감성과 인성을 갖춘 인재를 키우고자 한다”며 “지난 해 2월 총장으로 취임하면 ‘공교육을 살릴 수 있는 입시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경쟁대학에 뒤지는 학생을 뽑게 될 것이라는 일부 지적이 있었지만 점수는 몇 점 낮더라도 리더를 키우는 대학으로 우리 학교는 나갈 것이라고 설득했다며 후일담을 소개 했다.
이 총장은 “대학들은 중등학교와 소통을 원하고 있으며 교육에 대한 부분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며 대학과 고교간의 대화채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교총이 추진하고 있는 고교-대학간 대입협의체 구성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대화 채널의 필요성을 대학이 인정한 것이다.
교총은 이에 앞선 7일 성명을 통해 “교육협력위원회를 법률기구화해야 한다”며 “위원회가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성, 고교교육 정상화 등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 할 수 있는 현장 교원 및 교원단체 관계자가 참석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