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오토바이 퀵서비스를 하는 중학생 학부모 김 모씨(42·서울 노유동) 개학을 하고 난 뒤 마음이 무겁다. 지난해 2학기 급식비를 아직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급식비를 내지 못하면 급식이 중단될 수 있다는 통지를 받았지만 남편의 일거리가 줄어 생활비가 빠듯한 형편에서 밀린 급식비는 부담스럽다.
경제위기가 길어지면서 학교 현장에도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9월말 기준 급식비 미납학생 수는 1만3046명. 2007년 2894명보다 4.5배 증가한 수치다. 강원도교육청은 12월 말 기준으로 한다면 1만 5000명은 훨씬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전 역시 급식비 미납학생 수 증가가 심각하다. 2006년 210명에서 지난 해 1학기말 기준 3421명으로 늘었다. 2학기 급식비 미납 학생 수와 미납액이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 된 지난해 하반기에는 1학기보다 늘었을 것으로 교육청은 예측하고 있다.
충남도 초중고 급식비 미납자수가 급증했다. 2006년 초·중·고 급식비 미납학생은 1475명이었으나 2008년 12월 말 기준으로 초등학생만 4325명으로 조사됐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쌍용자동차 공장이 있는 평택 지역의 경우 급식비 미납이 두드러진다”며“아무리 어려워도 아이들 교육만큼은 시키려는 학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볼 때 급식비가 늘어나는 것은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는 단적이 사례”라고 말했다.
경북의 경우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미납학생이 8000명을 넘어 긴급 지원을 통해 1800여명을 구제했으나 급식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2월 중으로 지자체와 사회단체를 통해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각 교육청은 회기가 끝나는 2월말이 되면 미납자수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이 경제난을 호소하고 있어 미납금 징수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급식비는 전국적으로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월 4∼5만원 내외이며 일부 저소득층 학생들은 여러 경로로 지원을 받아 최저 2~4만원 정도 감면혜택을 보고 있다. 하지만 급식비를 지원을 받는 학생들의 미납이 더 심각하다는 점에서 문제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민 서울 이문초 교장는 “지난해 2학기 이후 급식비를 못내는 학생이 많이 증가했지만 사정을 다 아는 처지에 심하게 독촉할 수 없다”며 “‘신빈곤층’에 대한 다각도의 지원을 통해 급식비 미납 문제도 해결해 줬으며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