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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은근한 ‘촛불’ 같은 나눔 실천할겁니다”

‘스승의 날’ 옥조근정훈장 받는 서울신학초 박상철 ‘으뜸’교사

13년 자선공연, 4년 방과후교실 운영으로 주민 봉사 실천
“혼자한 일 아닌데… 저만 도드라져 다른 선생님께 죄송”






# 11일 저녁 5시30분. 서울 중계3동 주민센터 2층 다목적방에는 한자를 공부하는 초등 6학년 학생들의 재잘대는 목소리가 문밖까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박상철(51․서울 신학초)교사의 “타산지석(他山之石)을 자신의 경험으로 설명해 보라”는 질문에 이가영(가명․청계초)양은 “친구들이 싸우는 것을 보고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는 거요”라며 또랑또랑 대답하고 있었다.

“‘촛불교실’이라는 이름의 방과후학교를 4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기초생활수급자인 초6 학생을 모아 주 4일 공부방을 열어요. 저는 한문을 가르치고 다른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영어, 수학, 마술, 풍물, 상담 등을 맡아 가르치죠.”

박상철 교사의 아름다운 선행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6년 서울 북부교육청이 주최하는 제9회 북부 종합예술제에 참가했던 4개 학교(상명, 상수, 청원, 천사유치원)의 교사들과 함께 박 교사는 ‘사랑의 빛 4개의 촛불’이라는 공연추진기획단을 만들었다. “4개 학교가 주축이 돼 시작해서 ‘4개의 촛불’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각 학교별로 선생님들이 학기 초부터 특별활동·동아리 활동시간에 학생들과 공연을 준비하고, 연말에 한 무대에 올려 자선공연을 펼쳤죠. 그리고 그 수익금을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등에게 전달한 게 벌써 13년이네요.”

5000원의 공연티켓과 130여명의 후원자들이 모은 자선금은 모두 6000여 만 원. 그동안 47명의 소년소녀가장, 45명의 독거노인을 비롯해 모자가정 14곳, 노인정과 지원시설 9곳에 성금을 전달했으며,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들에게는 1년간 매달 4~5만원씩 지원했다.

“공연 수익금을 나누면서 제가 더 배운 게 많았어요. 그래서 연말에 한 번하는 자선공연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죠. 한 번의 ‘반딧불’ 봉사가 아니라 환하게 밝지는 않아도 늘 곁에서 밝혀주는 ‘촛불’같은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촛불교실’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촛불교실’ 초기엔 어려움도 많았다.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여기저기 옮겨 다니기도 했고, 아이들이 생각만큼 따라와 주지도 않아 회의를 느끼기도 하고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게 보낸 4년의 힘든 시간 속에서 박 교사는 “아이들에게 막연한 희망을 가르치는 것 보다 성실성을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어렵고 힘들게 자란 아이들은 이미 몸으로 사회에 대한 불만을 체득하고 있어요. 그런 아이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면 희망이 있다고 말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일원으로 잘 살아갈 수 있는 성실성을 가르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촛불교실 프로그램에 상담이 포함된 것도 그 때문이고요.”

박 교사는 “이런 큰 상을 받는 것이 부끄럽다”며 “혼자 한 일도 아니고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이끌어 온 일인데 저만 도드라져 보여 오히려 미안하고 숨을 곳을 찾고 싶은 마음”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가장 나눔 실천에 앞장 서야 할 교육계에서 실제 봉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박 교사는 “앞으로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그들과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누는 밀착형 봉사에 힘을 기울이고 싶다”며 “아이들만 봉사하라고 말하기에 앞서 스스로 실천하는 교사가 되도록 더욱 정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으뜸교사는
교과부가 교육현장에서 창의적 교육활동으로 학생교육에 헌신하는 교원을 선발, 최고의 영예와 특전을 부여함으로써, 교원이 높은 사명과 긍지를 가지고 교육활동에 임하게 하고 그 사례를 확산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 2007년 18명, 2008년 10명, 2009년 10명으로 현재까지 총 38명의 으뜸교사가 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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