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대왕중(교장 이옥란)이 최근 사교육 없애기에 성과를 거두면서 화제다. 대왕중은 6월부터 시작한 3기 방과후학교에 전교생의 약 90%가 참가해 목표인 1인 1방과후 수업에 한발 다가섰다.
대왕중은 올초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더 이상 사교육에 학생들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첫 출발은 다양한 수업을 만드는 것. 기초학력 부진학생을 대상으로 1대1 수업에 나서는 드림반과 수학·영어 수준별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방과후수업 신청자가 전교생 949명 중 358명(37.7%)에 불과했다. 오히려 방과후학교를 권유하는 학교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학교는 학부모와 대화에 나섰다. 많은 학부모가 참가할 수 있도록 저녁시간에 학년별 설명회를 갖고, 설득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설명회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수업이 무엇인지도 조사했다.
이 교장은 “학부모들은 방과후학교가 꾸준히 유지될 지, 학원처럼 피드백이 가능할 지 의심을 가졌었다”며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첫 번째였다”고 밝혔다.
대왕중은 우선 우수한 강사진 확보와 시설 개선에 나섰다. 강사 선정은 면접뿐만 아니라 수업 리허설을 통해 이뤄졌다. 특기적성 및 교과 내신반을 종합반, 단과반으로 구분해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찾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파워엘리트 집중코스반과 학습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자기주도 학습 프로그램은 대왕중의 자랑이다.
학습 편의를 위해 저녁 시간에는 도시락 서비스도 시작했다. 꾸준히 출결 상황, 수업 태도를 점검하고, 학부모에게 평과 결과를 문자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었다. 마침 지난 4월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사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 시범학교’에 선정되면서 학교의 노력이 탄력을 받았다.
이 결과 “공부하기 좋다”고 인정을 받으면서 15~20명 기준으로 운영되던 교과내신반이 정원을 초과해 2개 반으로 늘어나는 등 수강 인원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김승수 교감은 “3월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에서 한달 평균 6억 원에 가까운 돈이 사교육비로 쓰이고 있었다”며 “매월 100만원 이상 들어가던 사교육비가 20만원 안팎으로 줄어 학부모들도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방학에도 방과후학교를 유지하면서 특기적성 분화를 확대하는 등 평소 하기 어려웠던 특강을 마련할 것”이라며 “‘사교육 1번지’라는 오명을 벗고, 신뢰받는 ‘공교육 1번지’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