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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15> 흥미진진한 소설 ‘일본서기’

일본의 호색한 무열천황은 실제 인물이 아니었다. 일본의 지식층들은 백제를 멸망시킨 무열왕이 미워, 그 왕의 이름을 천하의 몹쓸 호색한 천황으로 사서(史書)에 날조까지 하면서 미워했던 것이다.

일본의 아주 오랜된 역사서인 고사기(古事記)와 일본서기(日本書紀)를 보면 아주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AD712년 1월에 쓴 고사기에는『韓郷の島には是金銀あり』라고 되어있는데, 이는 ‘내고향 한(韓)의 나라에는 금은보화가 있는 보물섬이 많다’라는 표현으로 조국에 대한 향수가 어려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반대로 AD720년 5월에 쓴 일본서기에는 똑같은 장소의 표현을『吾が児のしらす国に浮宝あらずは今だよからじ』로 ‘내 아들격인 신라국에 보물이 없다는 건 어린애도 다 아는 일’이란 뜻으로, 이제 한국에 대한 향수 따위는 다 버리라는 식의 강한 표현으로, 신라를 ‘아들나라’라고 까지 격하시킨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의 단군신화의 태백산 설화처럼, 일본도 천황이 내려온 성지에 대한 표현이 있는데, 이것도 두 사기가 전혀 다른 표현을 하고 있다. 먼저 고사기를 보면 『この地は韓国に向ひ笠沙の御前をまき通して朝日の直刺す国、夕日の日照る国なり. 故、この地はいと吉き地』로, 이는 니니기노미코토(일본의 국조신)가 고천원(高天原) 즉 하늘에서 다카치호봉(高千穂峰)으로 천손 강림할 때 한 말로써, 이 말 뜻은 ‘이 땅은 한국으로 향해 있고 가사사의 어전을 통하여 아침해가 곧장 비치고 저녁 해도 잘 드는 곳이라서 참으로 길한 땅이로다’라는 것으로, 다시 말하면 ‘한국을 향하고 있고 아침저녁 양지바른 곳이라 길한 땅’ 이라는 말로 조국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이 배어 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일본서기」를 좀 더 읽어 보면, 일본 역사에서도 가장 극악무도한 천황이 한명 나오는데 그가 다름 아닌 무열(武烈)천황이다. 무열왕 하면 김춘추. 삼국통일의 기반을 닦은 왕으로써, 태자 때 명외교관으로 당과 동맹을 맺고, 왕이 되어서는 ‘나당 연합군’을 결성해 백제를 멸한 왕이다. 그러면 일본의 무열천황은 누구인가? 그는 아주 호색한이다. 얼마나 여자를 좋아하는가 하면 예쁜 여자들만 보면 전부 데려다가 엷은 겉옷만을 걸치게 하고, 널빤지에 창호지를 깐 다음 그 위에 앉혀놓고, 암말과 숫말이 교접하는 것을 보게 하고서 종이가 젖은 여자만을 데려다가 즐겼다고 한다. 또 데리고 놀다가 싫증이 나면 삼나무 꼭대기에 매달아 새처럼 작게 보이는 걸 즐기다가 줄을 끊어 개구리처럼 떨어져 죽는 것을 보고 좋아했다는 등 아주 비상식적인 못된 짓을 많이 해 그의 아들을 폐하고 다른 이를 모셔왔다고 해서 후임은 계체(継体)천황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일본서기의 해설서를 보면, 이 무열천황은 실제 인물이 아니었다고 부인하고 있는 점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지식층들은 일본서기의 실제와 허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말이 된다.

아무리 백제를 멸망시킨 무열왕이 밉더라도, 그 왕의 이름마저 천황으로 날조하면서까지 미워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렇지만 이 어처구니없는 수식과 조작이 가득한 ‘역사소설’이 백제인들의 망명의 한을 담은 역사교과서 「일본서기」이며, 그것이 일본의 ‘원한+복수’가 합쳐진 말 「우라미」(怨念)’의 실체인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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