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선 여러 교육 개혁 실험들이 진행 중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2000년에 처음 시행된 ‘중등학력평가’, 이른바 피사테스트에서 독일이 중하위권에 머문 이후의 일이다. 또 설상가상으로 독일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계층 간 교육 불균형이 높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런데도 초등학교 5학년부터 인문계 실업계가 분리되는 제도가 연일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지만 기존 엘리트층의 반대에 부딪혀 개혁 속도는 지지부진하다. 게다가 이주민 자녀들의 언어능력 부족에 따른 불이익과 이에 따른 사회 통합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전일수업제(Ganztagsschul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전일수업제는 저소득층의 비율이 높고 독일어를 가정에서 배울 기회가 충분하지 못한 이주민 가정의 자녀들에게 공교육에서 더 많은 것을 제공함으로써 불평등을 줄이자는 취지가 크다. 이 때문에 전일수업제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전일수업제란 무얼까? 예전엔 수업이 끝나면 오후 2시쯤 학생들이 모두 하교하는 반일 수업제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전일수업제를 제공하는 학교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전일수업제는 수업 후 학생들이 과제물을 행하게 하고, 취미, 특별활동을 학교에서 담당하는 것이다. 또 대부분 전일수업제를 실시하는 학교에서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과외활동에의 참여여부를 개인이 선택하게 한다. 전일수업제에 참여하는 학생은 오후 4시나 5시쯤 하교한다.
현재 전일수업제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데 이는 이주민 자녀들이 독일어 습득의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보고와 함께 독일교육부가 전일수업제에 대한 투자를 늘린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 이른바 ‘미래 교육과 후원 투자프로그램’으로 독일 교육부는 2009년 말까지 총 40억 유로의 예산을 투자했다.
이런 투자의 바탕이 된 것은 ‘전일 수업제 발전에 대한 연구’라는 연구프로젝트다. 현재 세 번째 진행되고 이 연구를 위해 373개 전일수업제 실시 학교와 약 6만 5000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이 연구 프로젝트의 첫 번째 연구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이에 따르면 ‘전일 수업제는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일수업제에서 제공되는 과외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이는 사회 계층, 가정환경, 이주 배경과 상관없이 대중적으로 이용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일수업제에 대한 자발적 참여 비율은 과반수가 넘는다.
현재 전일 수업제에 대한 또 다른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뷔르츠부르크 대학의 하인츠 라인더 교수는 아직 조심스럽다. 그가 맡은 연구 프로젝트 ‘이주민의 전일수업제 참여와 통합 과정’이다. 즉 그의 과제는 전일 수업제가 이주민 자녀들에게 특히 효과적인지를 증명해 내는 것이다.
라인더 교수는 “전일 수업제가 정말 이주민 자녀들에게도 효과적인지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만하임 대학과 함부르크와 함께 연계하여 진행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양적 자료에 기초하는 경험적 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데도 이 연구프로젝트에서는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결과를 이끌어내는 연구 방법이 적용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질적 연구도 동반된다. 이런 질적 연구 방법에선 구체적 교육현장에서의 사례들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선 교육학자뿐만 아니라 심리학자, 사회학자, 역사학자들까지 동원된다. 즉 경험적 연구 방법에 인문학적 연구 방법을 결합시켜 연구 결과를 도출한다.
요컨대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의 약점들을 보완한 연구 방법이다. 이처럼 지금 전일 수업제와 관련된 연구를 맡은 기관은 20개가 넘고, 약 50명의 학자들이 여기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전일수업제에 참여여부가 가족관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학생들의 스포츠,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지, 혹은 직업 음악가, 스포츠코치, 미술가들의 전일수업제 협력 관계, 학교 행정부문에서의 변화 등을 주제로 연구 중이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팀장 하인츠귄터 홀트아펠 교수는 전일수업제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몇몇 지방 정부 교육부는 전일수업제와 학력향상의 상관관계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 그래도 이에 대해서는 늦어도 2010년에 연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그러면 독일 전일수업제에 대한 논쟁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