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UN사무총장의 고향으로 유명한 충북 음성. 전교생 100명 남짓의 소규모 학교인 음성군 금왕읍에 위치한 쌍봉초등학교는 겨울방학 중 열리는 ‘민속놀이 경연대회’가 유명하다.
20일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삼삼오오 학교를 찾아온 30여명의 학생들은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은 ‘민속놀이 경연대회’를 위해 다목적실로 올라갔다. 가장 재미있는 연날리기를 하지 못해 아쉽다는 이야기가 들렸지만 얼굴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제기차기, 팽이치기, 윷놀이로 나뉜 학생들은 실내라는 제한된 상황 속에서도 민속놀이의 재미에 빠져들었다. 제기를 가장 많이 차거나 팽이를 가장 오랜 시간 돌리면 상을 받지만 아이들에 머릿속에 상에 대한 생각은 없어졌다. 그저 놀이 자체를 즐겼다.
학생들이 점점 우리 전통의 놀이문화를 잊고 사는 것이 안타까워 기획하게 됐다는 박봉환 교장은 “민속놀이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방학 중 친척집에 방문했다가도 날짜에 맞춰 돌아올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아직 학교도 다니지 않은 취학 전 동생을 데려온 학생들이 여럿이 눈에 띄었다. 언니, 누나를 따라온 동생들은 어설프게 제기차기, 팽기치기를 흉내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자연부락 8개 마을과 인근 군부대 아파트에서 모인 학생들은 형제처럼 지내면서 친구의 동생도 자기 동생처럼 챙기며 놀이를 즐겼다. 특히 전학이 잦은 군인 자녀 학생들은 이 같은 놀이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새로운 학교에 적응한다고 말했다.
이현우 학생은 “처음 전학왔을 때 모든 것이 낯설었는데 방학 때 학교에 나와 친구들과 놀면서 쉽게 어울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민속놀이 경연대회가 자리를 잡으면서 학교생활과 방학 때 가정학습의 모습도 조금 바뀌었다. 학교에서 열리는 가을운동회의 오후 시간은 민속놀이로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시간으로 채워졌고, 경연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겨울방학은 집에서 부모님과 굴렁쇠를 연습하기도 하고, 연을 만들면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박 교장은 “전형적인 시골학교다 보니 학교가 중심이 되고 있다”며 “학부모, 학생, 동문들이 함께 참여하는 전통놀이 행사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