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에서 학습 도구로 각광을 받아온 노트북 컴퓨터가 지난 10년 사이에 학생들의 강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강의 시간에 노트북 사용을 금지하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데이비드 콜 조지타운대 로스쿨 교수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책상 위에는 묵직한 교과서들과 보온병들, 반쯤 먹다 만 머핀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노트북 컴퓨터는 찾아볼 수 없다.
콜 교수가 강의시간에 노트북 사용을 금지하면서 학생들은 자신들의 부모 세대와 마찬가지로 종이와 펜으로 필기를 하고 있다.
불과 한 세대 전, 강의실에서 노트북 컴퓨터는 볼펜만큼이나 혁신적인 수업 도구로 꼽혔고 대학가에서는 학생들의 노트북 지참을 의무화하는 추세였으나 지난 10년 사이에 이 혁신적인 학습 도구는 수업을 방해하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무선 인터넷의 보급으로 강의 중에도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블로그, 온라인 게임 등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교수들은 학생들의 관심을 놓고 노트북 컴퓨터와 경쟁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콜 교수는 9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에서 "그건 마치 강의실에 들어가면서 학생의 책상 위에 5권의 잡지와 몇개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쇼핑 기회, 휴대전화 등을 널어놓고 '딴생각이 들면 이중에서 아무거나 붙들고 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컴퓨터를 강의 내용을 기록하는 데에만 사용하더라도 학생들이 강의를 제대로 이해하기보다는 속기사처럼 교수의 말을 그대로 받아치는데 급급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로 볼더 소재 콜로라도 주립대의 다이앤 E.시버 교수가 한 학기 동안 노트북 중독 증상을 보이는 학생 17명의 성적 변화를 꾸준히 관찰한 결과 학기말에 이 학생들의 평균 성적은 71%로 "아예 출석하지 않은 학생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콜 교수도 노트북 사용을 금지하고 6주 뒤 자신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분의 4가량이 강의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답했으며 95%는 필기 이외의 용도로 노트북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콜을 비롯한 일부 교수들이 2006-2007학년도부터 강의실에서의 노트북 컴퓨터 사용을 금지한 이후 지금까지 워싱턴 일대에서는 조지워싱턴대, 아메리칸대, 윌리엄 앤드 메리대, 버지니아대 등이 이 움직임에 동참했다.
대학들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일부 학생들은 "노트북이 얼마나 젊은 층의 삶 일부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별다른 반발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조지타운대 3학년에 재학 중인 크리스티나 카드날은 "교수들이 노트북 컴퓨터를 금지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러한 조치가 "등록금을 내면서 강의 시간에 블로그나 찾아보는" 학생들에게도 이로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