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에 위치한 한 한인교회의 교육관에 들어서자 "오른쪽으로 가세요. 왼쪽으로 가세요"라고 예문을 읽는 인도네시아 여성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다문화가정 자녀와 어머니, 외국학교에 다녀 한국말이 서툰 동포 2세, 그리고 인도네시아 학생 등 우리 말과 문화를 배우고 싶은 이들이 모인 인도네시아 밀알한글학교(이하 밀알학교)다.
밀알학교는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코윈) 인도네시아지회(회장 배정옥)가 한글전파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주말한글학교로, 2006년 3월 한인 밀집지역인 자카르타 인근에 위치한 땅그랑 학교에 이어 그해 12월 찌까랑과 자카르타, 그리고 올해 3월 땅그랑 찌꾸빠 학교가 차례로 개교했다.
처음에는 우리 말과 문화를 배우려는 다문화가정의 어린이와 어머니, 그리고 외국학교를 다니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작했으나 한류에 관심이 많은 현지인들의 요청에 따라 대상이 확대됐다.
찌까랑 밀알학교에서 현지인 성인반을 지도하는 김석주 선생은 23일 "인도네시아 학생들이 한국 노래, 드라마와 연예인을 잘 알고 있어 한류를 실감한다"며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과 간단한 한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며 한국문화를 전파한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땅그랑 밀알학교에서 현지인 성인반을 가르치는 김화경 교사는 "한글을 배워 언어소통이 이뤄지면서 가정의 갈등이 해소될 때 보람을 느낀다"며 "학생들이 한글 공부에 열의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밀알학교 교사들은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국계 다문화가정에서는 아버지가 한국어를 안 쓰는 경우가 많아 대체로 자녀들이 한국어에 서툴며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면서 무엇보다 어머니의 한국어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땅그랑 학교 어린이교실을 지도하고 있는 장은녕 교사는 "어린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우리 문화와 정서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땅그랑 밀알학교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는 리스마(27)씨는 "한글을 배워 아이의 숙제를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고 미야(27)씨는 "한국회사에서 근무하고 싶어 한글을 배운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만 한국어를 구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다.
자카르타 밀알학교는 타지역과 달리 부모가 모두 한국인이더라도 자카르타에 거주하면서 외국학교에 다니는 어린이가 대상이다.
강승은 교사는 "외국학교에 다닐 경우 우리말 글쓰기는 물론 일상 언어도 정확히 구사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많은 어린이들이 밀알학교에서 한글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정업무도 함께 맡고 있는 김석주 교사는 "현재 밀알학교는 각 교실의 특성에 따라 재외동포재단에서 발간한 교재와 한국학교의 교과서를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다"며 "현지에 맞는 교재, 특히 어린이용 교재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정옥 코윈 회장은 "한글을 배우는 학생들의 숫자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교회에서나 선교원 등에서 진행되는 수업은 한글교육이 선교의 수단이라고 오해를 받을 우려가 있으므로 전용교실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자카르타 코리아센터 1층 사무실을 사용하는 자카르타 밀알학교와 땅그랑 찌꾸빠 한글학교 외에 다른 2개 지역의 학교들은 교회 시설을 빌려서 운영하고 있다.
교사들은 다문화가정의 장점을 살리면 어린이들이 한국어와 인도네시아어는 물론 영어 등 3개국어를 구사하며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가교역할을 할 유능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