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색 있는 학교 만들기’는 MB정부의 중요한 교육정책들이 추구하는 종합적 교육개혁안이다. 암기 위주의 교육과 획일적 교육관에 대한 근본적 개혁안이라는 야심찬 시도로 평가받고 있는 ‘특색 있는 학교 만들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24일 한국교원대에서 ‘한국교육의 이슈와 현 정부의 리더십’을 주제로 열린 한국교육학회(회장 곽병선) 춘계학술대회에서 박철홍 영남대 교수는 특색 있는 학교 만들기의 현실적 문제점을 짚었다.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에 대한 오해 = 대규모 사업을 통해 학교의 종류가 다양화된다고 해서 단위학교의 특성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와 같은 종류상의 다양화는 평준화된 현 교육제도에 대해 불만을 갖는 중산층에게 일반계 고교에 대한 선택권을 확대시켜 주고, 전문계 고교의 부활 가능성을 보여주며, 중소도시나 농어촌에 있는 학교의 교육력 강화를 위한 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여기까지는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재정지원을 할 의지가 있을 때 가능할 수 있다. 즉, 학교의 유형을 이상에 맞게 다양화하는 문제와 학교교육과 교실수업을 이상에 맞게 특성화하는 ‘특색 있는 학교 만들기’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학교현장은 정해진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따라 교육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며 “학교 자율화와 다양화를 정책과제로 정하고 타율적이고 획일적으로 자율화를 지시하는 것 자체가 현장이 자율과 다양화를 통해 특색 있는 학교를 만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래형 교육과정’이라는 복병 = 특색 있는 학교는 ‘미래형 교육과정안’이 현장에 적용되면서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각 학교는 미래형교육과정안을 바탕으로 특색 있는 학교의 모습을 구체화하고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구안해야 한다. 박 교수는 “새로운 교육과정이 적용될 때마다 항상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었다”며 “우리 사회의 이념적 갈등에 비추어 판단할 때 단위 학교에 적합한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프로그램을 학교 전 구성원이 동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선진화된 대입제도 확립은 가능한가 = 박 교수는 “특색 있는 학교에 적합한 이상적 대학입시전형이 만들어진다 해도 그것이 특색 있는 학교 만들기 운동을 지지해 준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더구나 특색 있는 학교와는 무관한 대입전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혼란과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위 학교는 현재 대입전형에 필요한 학업성취의 능력을 기르는 교육과 특색 있는 학교에 적합한 교육 동시에 실시해야 하는 이중고(二重苦)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색’을 무색케 만드는 학교 경쟁력 강화 = 학교 단위로 평가 성적을 공개하고 그 성적에 따라 교장과 교원들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평가제도는 단위 학교에 주어진 자율을 무색하게 만든다. 박 교수는 “이러한 방식의 평가는 자율과 재량을 학업성취도 향상에 전용하라고 부추기는 것과 다름없다”며 “특색 있는 학교 만들기를 성공시킬 의지가 있다면 정책의 초점을 특색 있는 학교 만들기 중심으로 재조정·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책 다시 점검하고 집중과 선택하라 = MB정부의 특색 있는 학교 만들기는 교육이 교육다운 모습을 회복하는 대장정의 출발점에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박 교수는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정책을 밀어붙이면 임기 중에 특색 있는 학교 만들기를 달성할 수 있다는 낙관적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현 시점에서 다시 정책을 점검하고 집중과 선택하지 않으면 과거와 마찬가지로 집권 기간이 끝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전철을 되풀이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